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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Feb 11. 2021

12. 선배라는 단어

오늘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누가 선배예요?”     


그러자 오래전에 있었던 사건이 책임감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올랐죠. 제가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하고 있었을 때입니다. 그때 우리 매장을 담당하고 있던 매니저에게 연락이 왔었습니다. 전화를 받아서 이런저런 매장의 이야기를 하던 중에 누가 가장 선임이냐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함께 일하는 직원들 중에서는 저보다 경력이 오래된 사람과 2주 차이밖에 나지 않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별생각 없이 누가 선임인지 따지면서 근무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애초에 선임과 후임을 가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었죠. 어쩌면 군대에서 느꼈던 군번에 대한 실증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때 매니저는 왜 책임감이 없냐며 저를 혼냈습니다. 책임감이 갑자기 왜 등장하는지 모르겠지만 매니저는 제가 선임으로서 매장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죠. 점장님이 따로 있었지만 이 매장에서 가장 오래 있던 사람이 저였으니까요. 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선임이나 후임 같은 수직적인 체계로 일하기보다는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일한다는 생각이었죠. 그런 생각 차이에서 매니저가 화를 낸 듯했습니다.


혼나고서 이해가 안 되더군요. 그래서 책임감이라는 단어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죠. 직장인에게 책임감이란 뭘까요? 사전적인 정의로 따진다면 책임감이란 맡은 임무나 의무를 중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책임감의 크기는 어떨까요? 책임감의 크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저는 돈에서 온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딱 알맞은 단어죠. 돈. 우리는 모두 돈을 받고 일합니다. 돈을 받지 않는 직장은 없고 돈을 받지 않는다면 그건 일이 아니라 봉사 또는 재능기부라는 단어를 씁니다. 누군가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나누는 기준을 돈으로 평가하기도 하죠. 그래서 전 책임감의 크기를 돈으로 따지기로 했습니다. 직급이라는 기준도 있지만 직급의 차이가 곧 돈의 차이니까요.


책임감이 없다며 혼난 이후, 저는 돈을 받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일하기로 다짐했습니다. 매니저 기준에서 보면 혼난 이후로 더 책임감 없이 일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하는 시간 외에도 조금씩 하던 일을 자연스레 안 하게 됐으니까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회사의 주인이 아닌 사람에게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라는 소리만큼 개소리는 없구나.


돈을 받는 만큼 일하자는 기준도 사람에 따라서 차이가 크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저에게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것은 돈값하라는 소리와 같다고 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돈값하는 직원이 되는 걸까 싶네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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