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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Feb 10. 2021

11. 플레이리스트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배경음으로 틀어놓는 플레이 리스트가 정해져 있습니다. 10월 말부터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12월 말까지 이어지죠. 비슷한 느낌의 노래만 듣다 보면 질릴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작 크리스마스 때 캐럴을 듣고 있으면 지겨워서 듣기 싫어지기도 합니다.


새해가 다가오면 새로운 플레이 리스트가 시작됩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노래를 듣습니다. 그러다 귀에 박히는 노래가 생기면 제목을 기억해뒀다가 제 스마트폰에도 담아둡니다. 그리고 한 곡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듣습니다. 가사가 익숙해져서 따라서 흥얼거릴 수 있을 때까지요.


전 음악을 잘 모릅니다만 듣는 건 좋아합니다. 취향이 확실하고 좋아하는 가수 또한 확실하죠. 그렇기에 새로운 가수나 노래를 굳이 찾아 듣지 않습니다. 대신 길을 걷다가, 카페에서 쉬다가, 친구의 플레이 리스트를 듣다가 마음에 드는 노래를 가져옵니다. 그리고 저의 플레이 리스트를 하나하나씩 쌓아갑니다.


마음에 드는 노래의 가수를 처음 접했다면 그 곡의 앨범을 시작으로 다른 앨범을 탐색합니다. 그러다가 가수에게 푹 빠지곤 합니다. 그렇게 하나둘씩 아는 가수가 늘어나고 노래가 늘어갑니다. 어느새 좋아하던 가수는 별로가 되고 새로운 가수가 플레이 리스트를 점령하게 되죠. 그렇게 한동안은 한 가수의 노래만 듣고 삽니다.     

어느 순간 별로가 된 가수의 노래가 들릴 때면, 그 가수의 노래만 듣고 지내던 시절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갑니다. 그때는 뭘 하면서 이 노래를 들었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그 노래를 다시 찾아보게 됩니다. 그때 그 시절 만났던 사람, 했던 일, 있었던 장소가 파도처럼 밀려들어옵니다. 그리곤 노래가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버리죠.     

저에게 음악은 배경음에 가깝습니다.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딱히 연주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어떤 음악이 수준이 높은지, 어떤 음악이 잘 만들어진 건지 모릅니다. 다만 듣기 좋은 음악과 별로인 음악이 있을 뿐이죠. 공부를 하거나 글을 쓸 때는 재즈를 틀어두고 출퇴근을 할 때는 팝송을 듣습니다. 빠져있는 가수가 있다면 온종일 그 가수의 노래만 듣죠. 그냥 하루 종일 같이 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음악에 저의 일상이 물들게 됩니다.


나중에는 그 음악만 들어도 제 일상이 보이게끔 말입니다. 당신의 음악에는 어떤 일상이 담겨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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