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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Feb 09. 2021

10. 헤어짐

오늘은 같이 일하던 직원 두 명이 다른 매장으로 떠났습니다. 아예 못 보는 건 아니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볼 일이 없죠. 한 명은 근무한 지 오래되어 이번이 몇 번째로 옮기는지 기억도 안 한다고 합니다. 반면 다른 한 명은 처음으로 매장을 떠나는 거라 엄청 불안해했습니다. 사회에 나가서 일 하다 보면 본인의 의지가 아닌데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때가 있습니다.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즐겨 썼던 자리와 익숙한 동료들, 그리고 친근한 손님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하던 것은 낯설게 변해가기 마련입니다.

 

어떤 영화를 보고 있을 때,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과거의 어떤 부족은 시간을 하나의 풍경처럼 생각했다고 합니다. 한번 스쳐 지나간 풍경은 다시 볼 수 없다는 거죠. 뒤돌아보면 비슷할지 몰라도 하나하나 따져보면 조금씩 달라졌을 테니까요. 그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군대가 떠올랐습니다. 105대대라는 곳은 제가 복무했던 부대이면서 제가 알던 그 부대가 아니게 되었겠죠. 그곳에서 함께 지냈던 사람들은 이미 그 부대에 없습니다. 병사들(이제는 용사들이라고 부르더군요.)은 전역을 했고 간부들은 전출을 갔을 겁니다. 제가 썼던 관물대와 제가 만들었던 쓰레기장은 아직 있겠지만요. 내가 복무했던 105대대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제가 알던 105대대는 이제 없습니다.


군대라는 곳은 만남과 헤어짐의 공간입니다. 처음에는 사회와 헤어집니다. 그리곤 훈련소에서 그토록 전우애 넘쳤던 동기들과 헤어지죠. 그리고 자대로 배치받아 본격적인 군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때 만난 모든 선임들이 전역하고 나서 나의 전역이 돌아온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까마득하고 무서운 일이죠. 내가 알게 된 모든 사람이 떠나야만 내가 떠날 수 있다니 말입니다. 그런 무서운 곳에서 헤어지는 연습을 수십 번 넘게 했으니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나 봅니다.


함께 일하던 직원이 떠난 자리는 깔끔했습니다.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떠났지만 다른 직원을 위한 선물을 두고 갔습니다. 과자와 라면을 잔뜩 사두고 그동안 고마웠다는 짧은 편지를 써주었습니다. 잔뜩 쌓여있는 먹거리가 그들의 아쉬움 같았습니다. 그래서 얼른 먹어치우고 있죠. 그들의 아쉬움을 차곡차곡 몸속에 쌓아두며 그들을 배웅했습니다.


만나면 헤어짐이 있다지만 그 밑에는 미련이나 아쉬움 또는 후련함과 서운함 같은 그림자가 따라다닙니다. 그들이 떠난 자리를 보면서 나는 그들에 대한 어떤 감정의 그림자가 따라붙었을까요.

 

여러분의 헤어짐에는 어떤 그림자가 있나요? 

혹시 아직도 짙게 드리운 그림자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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