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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Feb 08. 2021

9. 인간관계

오늘은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온라인으로요. 코로나가 극성으로 활개를 치고 있을 때라 직업 군인이던 몇몇 친구들이 출타를 통제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트북을 켜놓고 치킨을 시켰습니다. 화면 너머의 친구들을 바라보면서 잔을 들어 올리고 닭다리를 물어뜯습니다. 온라인으로 만난 친구들은 각자 바빠 보였습니다. 누구는 아직 야근 중이라 사무실에서 듣고만 있었습니다. 누구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면서 중간중간 손님을 응대하니라 바빴죠. 다들 코로나로 경제가 휘청거린다고 하지만 다들 잘 버티고 있습니다.

 

뭉뚱그려서 친구라고 불렀지만 사실 다 같은 ‘친구’는 아닙니다. 저는 단순히 친구라는 표현을 하기 싫습니다. 진짜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실례라고 봅니다. 그래서 다른 표현을 생각해봤습니다. 고등학교 동창, 회사 동기, 직장 동료, 지인. 적당히 친하고 적당히 아는 사람들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많긴 합니다. 그래도 썩 마음에 드는 표현을 찾기는 힘들었습니다.


정말 친하고 믿고 의지하면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이렇게 부릅니다. ‘친구’라고 말이죠. 그런데 친했었고 의지할 수 있지만 자주 못 만나서 멀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을 ‘친구(진)’이라고 부릅니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아는 단어인데 진급하기 직전의 계급에 00(진)이라는 호칭을 답니다. 아직 하사지만 곧 중사로 진급하는 사람에게 중사(진)이라고 붙이는 거죠. 일단 친구라고 호칭을 하지만 사실 살짝 멀어진 관계라고 표현합니다. 또, 아직 친하지는 않지만 더 친해지고 싶고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인 경우에도 친구(진)에 속합니다. 앞으로 친구로 발전할 수 있는 관계에 붙이는 단어입니다.


그 외의 관계에서는 친구라는 단어 대신 만났던 장소에 대한 단어를 많이 씁니다. 학교면 학교, 회사면 회사, 모임이면 모임. 동창이나 동기라는 표현을 가장 많이 쓰게 되죠. 그리고 얼굴만 알고 친해질 생각도 없으면서 단체로 모일 일이 생겨서 아주 가끔씩 만나는 사람들을 지인이라고 부릅니다. 친밀감을 따지자면 친구, 친구(진), 직장 동료 = 동기 = 동창, 지인 순이 되겠네요.


이런 표현에 대한 고민을 종종 합니다. 가족을 비롯한 다른 사람에게 내 주변 사람을 소개한다면 어떤 단어가 적합할까. 그 사소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친구와 지인의 중간단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친구처럼 가깝진 않지만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 정말 친하게 지냈지만 지금은 조금 멀어진 사람에 대한 단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죠. 인간관계를 다시 한번 정립하면서 주변 사람들에 대한 친밀감을 확인하게 됩니다. 막연하게 느끼고 있던 것을 분명하게 깨달았죠. 친구들은 저에게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다른 방식으로 부르고 싶어 졌죠.


저는 친구(진)이라는 단어를 붙였지만 사실 이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말하기 편하면서 설명하기 쉬운 단어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번 들으면 알 수 있는 단어면 더 좋죠. 여러분들은 이 단어를 대체할 좋은 단어를 알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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