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여전히 파이크 플레이스라고 적힌 텀블러에 물을 담아서 마시고 있었다. 내가 한 달 평균 100만 원씩은 후원해주는 것 같은데 허언은 왜 맨날 같은 옷과 텀블러만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이유가 따로 있는 걸까. 아니면 일종의 강박증 같은 걸지도 몰랐다. 그는 늘 똑같은 시간으로 방송한다. 월, 화, 수, 목, 금. 마치 회사에 다니는 회사원처럼. 그런데 정작 푸는 이야기에 따라서 방송 시간은 들쭉 날쭉한다. 어쩔 때는 이야기가 길어져서 하루 종일 이야기하고 어쩔 때는 이야기가 짧아서 몇십 분 만에 끝난다. 그리고는 오늘 이야기가 끝났다며 사라진다. 참 이상한 놈이다. 허언이 말하는 이야기는 과연 사실일까? 그게 가장 궁금하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도 많은 분들이 놀러 오셨네요. 자, 그래서 오늘 할 이야기는~~, 조금 이따가 이야기하고요. 잠깐 동안 Q&A를 진행하려고요. 늘 제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서요. 하하, 뭐 궁금한 거 있으신가요?
[몇 살인지 세어본 적 있으신가요?]
- 아 이것도 정말 자주 올라왔던 질문이네요. 애초에 나이 계산을 안 해봤어요. 사실 제가 언제 태어났는지도 모르거든요. 아니, 제가 기억력이 안 좋은 게 아니라, 여러분, 생각을 해봅시다. 생각을. 자, 제가 태어났던 시절이 대충 단군 할아버지가 터를 잡고 곰이랑 호랑이랑 대통합시키고 나서 일거에요. 그때 무슨 아이가 태어나면 생일? 돌잔치? 그런 거 없었어요. 환갑 같은 것도 없었고. 제가 태어나고 살았던 동네는 어디 산 밑에 있었던 곳이었는데 주변에 동굴들이랑 동물들만 가득했죠. 그땐 살아남는 게 목표였어요. 하루 건너 하루로 주변 사람들이 사라지고 나중에 뼈만 발견되고 그랬죠. 그때는 장례 치르고 무덤 만들고 그런 것도 없었어요. 먹을 거 구하고 장작이나 구하러 돌아다니고 그랬죠. 그러니까 그때도 몰랐던 내 나이를 지금에서야 계산을 해본다? 말이 안 되는 거죠. 시작점을 모르는데.
[먹었던 것 중에서 제일 맛없었던 게 뭐예요? 지난번에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걸 먹어봤다고 했잖아요.]
- 먹는 게 남는 거다. 그 말을 제가 만들었다니까요. 그거 말고도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이 좋다고 처음 말한 게 저였어요. 그 당시에 귀신 드립은 거의 금기였는데 그건 좀 웃겼나 봐요. 옆에 있던 사람들이 웃겨 죽으려고 했죠.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이것저것 먹어봤는데 제가 가장 맛없었던 음식이자 맛있었던 음식이 있어요. 복어 다들 먹어봤어요? 안 먹어보셨어요? 목숨을 걸고 먹어야 하는 게 약간 꺼림칙하지만 맛은 있어요. 그 살에도 아주 극소량의 독이 함유돼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먹으면 뒷목이 찌릿하고 뻐근해져요. 얼굴이 굳어버릴 때도 있고요. 근데 뭐 먹다 보면 적응되더라고요. 아 맞아, 제가 처음 복어라는 놈을 접했을 때가 생각나네요. 처음 먹었던 복어가 가장 맛없던 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처음 복어를 어떻게 먹었을까 생각해보면 미친 거죠. 진짜. 아니 그때는 또 사람들이 엄청 굶어 죽을 때도 아니었는데 그 조막만 한 물고기를 기어코 먹겠다고 하는 걸 보면요. 그거 먹고 죽은 사람이 버젓이 도전을 한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신기해요. 그렇죠?
- 하여튼 제가 해안선 따라서 열심히 유랑하고 다닐 때였죠. 그때도 제 직업은 그거였어요. 이야기꾼. 이야기하면서 돈 받아먹고 그 돈으로 밥 사 먹고 주막에서 한숨 자고 그랬죠. 그때 낚시하는 어떤 할아버지를 만났죠. 섬뜩한 건 웃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생선구이를 한 점씩 나눠주는 거예요. 왜 섬뜩했냐고요? 눈은 안 웃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멀찍이 떨어져서 몰래 지켜봤어요. 한 사람씩 손수 생선을 발라서 입에 넣어주는데 그냥 좋다고 받아먹는 사람이 3명이나 됐어요. 나름 유명한 낚시터였는지 사람이 좀 몰려있었던 거죠.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근처에 마을이 하나가 복어 독으로 떼죽음 당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근처에 숨어서 지켜보는데 자세히 보니까 부위별로 다르게 줬더라고요. 근데 사람들이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막 다른 생선과 다른 식감이다. 짜릿한 맛이다. 그러더니 곧 거품 물고 쓰러지더라고요. 하나둘씩 쓰러지니까 제일 마지막에 먹었던 사람이 그 할아버지에게 달려들어서 멱살을 잡는데 할아버지가 그랬죠.
“에이, 이 부위도 못 먹는 거네.”
- 와 진짜 요즘에는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있는데 그때는 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요괴라고 불었어요. 제가. 물고기 요괴. 독 있는 물고기를 먹이는 요사스러운 괴물이라고 불렀죠. 그 멱살 잡힌 사람을 밀쳐내더니 자기도 복어를 살짝 떼서 먹는 거 있죠? 다른 사람들에게 줬던 부위 말고 안쪽에 살만 긁어서 먹더라고요. 조금 뒤에 괜찮았는지 안쪽에 살만 잘 발라서 먹는데 어찌나 맛있어 보였는지. 저도 모르게 다가가서 달라고 했죠. 주변에 거품 물고 쓰러진 사람이 셋이나 있는데. 그러더니 생선은 원래 눈알이 맛있다며 눈알을 파서 줬어요. 근데 제가 봤잖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전부 다른 부위를 떼주는 걸. 그래서 저는 눈 싫어한다. 할아버지가 먹어라. 나는 뱃살이 먹고 싶다. 그랬죠. 그러더니 허허 웃으면서 살짝 떼서 주더라고요. 먹었는데 뒷 목이 빳빳해지더니 손발이 저리더라고요. 그러다가 옆으로 쓰러졌어요.
- 아 이게 죽음인가? 나도 죽는 건가 싶었죠. 그렇게 눈 뜨니까 밤이더라고요. 분명 낚시터 도착했을 때는 해가 중천이었는데. 으슬으슬해서 주변을 둘러보니까 다른 셋은 시퍼렇게 뜬 얼굴로 죽어있더라고요. 혹시나 싶어서 숨을 쉬는지 확인해봤는데 안 쉬었어요. 제대로 손질하지 않는 복어라 독이 조금 남았나 봐요. 그 요괴 할아버지는 자주 먹어서 내성이 생긴 거구요. 끔찍한 맛이었죠. 극락에 갈 것만 같은 맛. 그 뒤로 복어는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가끔 너무 심심하고 지루하면 복어 한번 먹어볼까 하다가 그때 생각에 먹진 않게 되더군요. 그래서 복어가 저에겐 가장 맛없는, 끔찍한 음식이었어요.
[뭐야, 만독불침인가 그런 거예요?]
- 아뇨, 저는 무협지 속에 있는 그런 초인이 아니에요. 정말 운 좋았던 거죠. 저도 제 몸으로 다양한 실험을 해봤는데 독을 비롯한 다양한 신체 상해에는 저도 위험하더라고요. 막 어디 만화 캐릭터처럼 다쳐도 순식간에 재생하고 그런 건 아니에요. 저도 칼 맞으면 피 흘리고 총 맞으면 죽을걸요? 아마 그 복숭아를 먹은 뒤로 노화만 멈춘 것 같아요. 굳이 따지자면 세포가 완벽하게 재생된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람보다 상처의 회복 속도나 체력은 확실히 좋더라고요. 물론 초인적인 수준은 아니에요. 비교해봤을 땐 1.2배 정도? 그냥 운동 좀 한 일반인 수준이었죠. 크흠, 여하튼 저도 늙지 않는 거지 죽지 않는 건 아니더라고요. 아직은 잘 모르죠. 늙어본 적도, 죽어본 적도 없으니까요. 근데 죽으면 다시 살아날 것 같진 않네요. 하하.
그 뒤로도 후원과 함께 다양한 질문이 올라왔다. 시답잖은 이야기였다. 여자는 몇 명이나 만나봤어요? 3대 몇 치세요? 등등. 그는 아주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러다가 새로운 주제가 튀어나왔다. 그는 정말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혹시 만났던 사람들 중에 유명했던 사람도 있나요?]
- 하하하하하하, 맞아, 오늘 주제입니다. 유명한 사람. 그 제가 신체능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초인 수준은 아니라고 했잖아요? 그 증거 중 하나가 이거예요. 흉터. 전 다치면 흉터가 잘 안 생겨요. 회복이 완전히 된다고 할까? 새살에 밀려서 흉터도 사라지기 마련인데 이 흉터는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이 흉터를 만들어준 사람이 워낙 대단해서 그런 건가 싶어요.
그는 늘 쓰고 있던 각시탈과 잘 어울리던 하얀 소복의 소매를 살짝 걷더니 왼쪽 팔뚝을 보여줬다. 운동을 꽤 했는지 굵은 팔뚝 위에는 푸른 힘줄이 선명하게 기어가고 있었다. 팔뚝의 중간에는 굵은 흉터가 하나 있었다. 무언가가 뚫고 나온 것 같은 짙은 흉터.
- 제가 옛날 때 만났던 유명한 사람이 남겨준 거예요. 혹시 아실까 몰라. 아기장수라고 교과서에 나온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