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언진담- 세계의 뒤편 3

by 글도둑

떡 호랑이 요괴, 병호. 그 녀석은 호랑이인데 둔갑술을 할 줄 알고 그 둔갑술로 사람을 유혹해서 한입에 잡아먹는다더군. 그는 병호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고는 나에게 말했어.


“활에 시위를 걸지 못했으니 아직 제자로는 못 받아주겠지만 이번 사냥을 도와준다면 병호를 잡을 때까지 내 기술들을 알려주지. 물론 보고 배워야 할 거야. 누군가를 가르치는데 그리 익숙한 편은 아니니까.”


나는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이고서 그를 따라갔어. 소식을 전한 착호갑사는 다른 지역에 있는 착호장에게도 소식을 전해야 한다며 떠났어. 나는 진호백과 함께 관아에 들려서 말을 받았어. 병호가 나타는 곳은 말을 타고 달려도 보름이나 걸리는 지역에 있었지. 진호백은 말을 바꿔타고 달려가려고 했지만 내가 그럴 체력이 안되더군. 말을 타고 다닌 적이 없었으니까. 그는 승마부터 가르쳐주더군. 아주 단순하게 요령을 알려준 후 말했지.

“끊임없이 하다 보면 익숙해질 거다. 그다음부터는 너의 노력에 달린 거야.”


낮에는 말을 타고 해가 지기 전에는 과녁을 만들고 활을 쏘는 날들이 이어졌어. 관아에서 받은 활이었는데 대나무와 참나무로 만들었다더군. 첫날 진호백은 오십 보 뒤에 있는 나무에 숯으로 과녁을 그렸어. 사람 머리통 크기의 원을 그려놨지. 그는 오른 다리에 있는 화살통에서 화살 3개를 손가락 사이사이에 끼고서는 활을 쏘기 시작했지. 시위를 떠난 화살은 과녁에 연속해서 꽂혔어. 눈 한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진 일이었지. 한번 시험을 보여준 그는 나에게 자세를 잡게 했어. 시위는 어떻게 당기는지, 화살은 어떻게 먹이는지, 바람을 느끼고 언제 시위를 놓는지. 그런 이야기를 듣고서 말했지.


“하다 보면 감이 올 거다. 끊임없이 연습하다 보면 말이야.”


해가 완전히 지고서도 연습은 계속됐어. 밤에도 호랑이는 나온다면서 말이야. 달빛에 비친 나무를 쏘고 또 쏘는데 이게 참 어렵더군. 그러다 한 발이라도 과녁에 들어가면 그는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


“이제 좀 감이 오나?”


그렇게 며칠이나 지났을까, 자기 위해서 마른풀을 구해다가 모닥불을 피우는데 그가 입을 열었어.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였지. 진호백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분노가 담겨있는 것 같았어. 그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째서 호랑이를 계속 잡으러 전국을 돌아다니는지 알겠더군.


그의 아버지는 면단위에서 호랑이를 추적하는 심종장이였때. 대대로 사냥꾼이었던 거지. 어머니는 동생을 낳고는 돌아가셨대. 그래서 아버지와 그는 누이동생을 끔찍이도 아꼈다는군. 문제는 아버지가 쫓던 호랑이가 바로 병호였다는 점이었어. 떡 호랑이 요괴는 사람처럼 지능이 있었고 둔갑술까지 하면서 하루에 한 명씩 사람을 통째로 삼켜먹는다고 했어. 그런데 이상하게 떡을 좋아한다더군. 그래서 떡을 주면 살려주고 다음 날 다시 와서 떡을 요구하기를 반복하다가 떡이 다 떨어지면 잡아먹는 이상한 요괴라고 했지.


진호백의 아버지는 그 호랑이를 뒤쫓고 있었어. 그리고 결국 만났지. 병호는 아버지에게 떡이 있냐고 물었고 아버지는 떡 대신 화살을 입에 물려주셨나 봐. 결국은 병호에게 잡아먹힌 듯했지만 말이야. 더 큰 문제는 병호가 아버지로 둔갑해서 그의 마을로 잠입했다는 점이었어. 병호는 낮에는 그의 아버지 행세를 했고 밤에는 몰래 마을 사람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대. 그러던 어느 달빛이 훤한 밤에 소피를 보러 나온 누이동생이 주홍빛 꼬리가 달린 아버지를 본거지. 그녀는 자고 있던 진호백을 깨워서 몰래 도망치려고 했대. 그는 무슨 소리하냐며 오히려 누이동생을 나무랐다고 하더군. 소피보러 나가기 무서웠으면 그런 거짓말 하지 말고 그냥 깨우라면서 말이야.


어쨌든 잠에서 깬 진호백은 누이와 밖을 나가는데 부엌에서 뭔가 우적 거리는 소리를 들었대. 그래서 말리는 누이를 뒤로하고 몰래 다가갔지.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꼈는지 발자국도 줄이고 말이야. 그렇게 몰래 다가간 곳엔 아버지가 아니라 거대한 호랑이가 두 발로 서서는 허연 뼈를 솥단지에 뱉어내고 있었대. 놀란 그는 뒤로 물러나다가 그만 나뭇가지를 밟았고 뚝 하는 소리에 고개를 휙 돌린 떡 호랑이 요괴의 얼굴이 보였지. 이상할 만큼 거대한 양쪽 송곳니가 입 밖으로 튀어나와 있고 눈동자는 주먹만큼 컸대. 눈매는 요사스럽게 위로 뻗었는데 이상한 기운이 넘실거렸다더군. 병호는 뼈다귀를 퉤 하고 뱉고는 벌벌 떠는 진호백을 보곤 씩 웃더니 말했대.


“오늘은 배가 부르니 내일 너희를 잡아먹어야겠구나. 혹시 모르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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