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백만 불짜리 경기를 뜻한다. 영화 속의 프랭키와 매기는 마침내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가지게 된다. 최고점에 다다른 갈등은 바로 여기서 어퍼 컷을 날린다.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한 점이 있었다. 프랭키는 왜 반송되는 편지를 계속해서 써 내려가는 걸까. 프랭키의 아내와 딸로 보이는 케이티와 애니와의 관계는 어떻게 된 것일까. 프랭키는 왜 매기에게 '모쿠슐라'라는 초록색 옷에 수 놓인 링네임을 주었을까.
영화 속의 내용을 잘 살펴봐도 답이 안 나오는 호기심이다. 모건 프리먼의 스크랩 역에서 케이티가 아버지를 용서하기를 바라는 대사가 있다. 프랭키는 가족들을 위해 10년 넘게 미사를 빠짐없이 참석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신에게 기도하며 내 마음 다 아시니까 반복하지 않겠다고 단언할 정도로 그는 가족을 생각한다. 프랭키는 가족에게 모종의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신에 대한 믿음보다는 의문과 호기심으로 가득한 그가 언제나 미사에 참여할 정도로 말이다.
프랭키는 매주마다 편지를 쓴다고 했다. 그리고 그 편지는 늘 도장이 찍힌 상태로 그에게 되돌아온다. 상자와 상자에 가득할 정도로 그는 이 모진 가족을 사랑했다. 아마도 '항상 자신을 보호하라'라는 복선과 이어지지 않을까.
항상 가족을 떠올리며 어두운 집에 홀로 있는 그에게 찾아온 그녀, 매기. 서른 살이 넘는 나이지만 복싱에 대한 열정을 가진 그녀는 프랭키에게 자신의 딸과 겹쳐 보일 수도 있다. 프랭키는 그래서 그녀에게 '모쿠슐라'라는 단어가 수 놓인 옷을 선물한다. 게일어로 '내 사랑', '나의 혈육'이라는 의미를 담은 글자를.
개판 난 집안을 위해 늘 돈을 보내고도 잔소리와 욕만 듣는 그녀는 프랭키를 아버지처럼 여긴다. 그런 그녀를 이내 따스한 미소로 바라보게 되던 프랭키는 사랑을 주고 싶어 진다. 나 홀로 줄 수 있는 사랑을 넘어선 사랑을 말이다.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녹색에 새겨진 모쿠슐라는 프랭키처럼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어모은다. 그리고 관중석은 매기를 응원하는 수많은 아버지들과 어머니들로 채워진다. 모쿠슐라, 내 사랑, 내 혈육을 외치는 이들로 말이다.
영화의 흐름으로 추측해본다면, 프랭키는 복싱으로 인해 상처 받은 가족과 떨어져 지낸 게 아닐까. 케이티도 복싱을 했었고 그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어서 애니와 함께 떠난 건 아닐까. 그래서 프랭키는 찾아가진 못하고 편지만 쓰지 않았을까. 매기를 보고 케이티를 투영하고 자신이 못다 한 사랑을 주고 싶어 한 건 아닐까. 백만 불짜리 경기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에게 '내 사랑, 우리 딸'이라는 말을 듣게 하고 싶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