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쳐 : 늑대의 악몽
내가 기억하는 베스미어는 늙어버린 위쳐였다. 늑대 교단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이자 게롤트의 스승. 게임을 통해서 접했던 베스미어는 이미 몇백 년을 살아온 아주 오래된 위쳐였다. 그런 그의 젊었을 적 모습을 이번 영화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위쳐는 각종 마법과 약물로 인해서 질병에 면역이며 아주 천천히 늙는다. 영화 속 그는 70대의 전성기를 누리는 괴물 사냥꾼으로 등장한다. 언제나 현명한 조언자 입장이 아니라 혈기왕성한 사냥꾼 말이다.
늑대의 악몽은 말 그대로 번영을 누리던 늑대 교단의 위쳐들이 어떻게 몰락했는지 과정을 그려낸다. 그 과정을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직업윤리'라고 할 수 있다. 악마와 괴물이 세상에 많이 퍼질수록 위쳐들은 돈을 번다. 목숨 걸고 버는 돈이기에 그들은 돈에 집착한다. 보수 없이 일한다는 것은 목숨을 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에.
그러나 가끔씩 유혹이 샘솟는다.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널렸으니까. 괴물 대신 사람을 사냥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과 뒷거래로 문제가 해결된 척하고 보수를 타낼 수도 있다. 그리고 괴물이 멸종되지 않도록 괴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괴물이 멸종되면 위쳐 또한 사라져야 하므로.
우리는 일하면서 유혹을 마주한다. 어떤 유혹은 달콤한 꿀처럼 느껴지고 어떤 유혹은 서서히 빠져드는 늪같이 빠져든다. 그럼에도 우리가 유혹을 이겨내는 이유는 미래를 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편하자고 넘어가버린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될까.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늑대의 악몽 속에서 위쳐들은 피를 흘린다. 아주 많은 피를. 유혹에 넘어간 대가를 치른 셈이다.
위쳐는 게임과 드라마, 그리고 애니메이션 영화까지 제작되었다. 위쳐 3처럼 재밌게 했던 게임은 드물다. 그리고 이번 영화는 다시 한번 위쳐의 세계관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직업윤리에 대한 고민은 덤이다. 위쳐는 침대에서 죽지 않는다고 말하던 위쳐 3의 베스미어와 늑대의 악몽 속의 베스미어의 차이를 느껴보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