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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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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Sep 09. 2021

0. 어쩌다가

커피, 어떻게 시작했니

여유로운 카페

"오, 그럼 커피에 대해 잘 아시겠네요?"


"아뇨,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직업이 바리스타라고 하거나 카페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커피를 잘 아는 줄 안다. 꼭 그렇지는 않다. 어쩌다가 하게 된 일이라서 하는 경우도 있고 정말 커피가 좋아서 시작한 경우도 있다. 전자의 경우 시간이 지나도 커피에 대해서는 초보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커피를 좋아하더라도 잘 아는 것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 커피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나는 카페에서 일한 지 4년 차다. 그리고 여전히 커피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가 커피를 시작했을까.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아이스크림 위에 커피를 부어서 먹는 디저트가 있다'라고 말을 들었을 때 헛소리 하지 말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정말 '아포가토'라는 메뉴가 실존하는 걸 보고 나서 창피했다. 그 덕분에 커피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때가 정확히 20살이었다. 20살 때 회사에서 일하던 나에게 카페라는 공간은 여유롭게 책을 읽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만나는 장소이기도 했다. 학창 시절엔 PC방과 놀이터, 운동장을 전전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거리가 멀어졌다. 뜨거운 햇빛이나 추운 바람을 피해서 느긋하게 친구를 기다릴 장소는 결국 카페밖에 없었다. 카페라는 공간에서 느낀 여유가 환상을 만들었다. 나도 이런 곳을 차리고 여유롭게 살아보고 싶다면서.


카페와 여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는 사실을 몰랐다. 여유로운 카페라고 쓰고 망해가는 카페라고 읽어야 한다는 걸 몰랐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을 들어갔다. 동시에 바리스타 일을 시작했다. 나중에 북카페를 차려보고 싶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카페에 대한 환상을 품고 살았다는 것을. 


내가 커피 공부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카페라는 공간에 대한 환상에서 비롯됐다. 바리스타라는 일과 대학은 병행하기 좋은 궁합이었다. 덕분에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일했다. 그리고 지금은 바리스타가 아니라 로스터가 되어보고자 커피 공부를 시작했다. 로스터리를 창업해보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커피 노트를 쓰는 이유는 공부가 목적이다. 커피 공부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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