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예술이다. 처음 영화가 시작되면서부터 끝나는 그 순간까지.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림으로 시작해서 그림으로 끝나는 진짜 예술이라서 그렇다. 러빙 빈센트는 10년에 걸쳐서 유화로 그려졌다. 고흐의 화풍을 재현해서 그렸으며 무려 125명의 화가가 참여했다고. 그러나 예술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이야기를 이끄는 방식도 예술이다.
주인공, 아르망 룰랭
주인공은 고흐가 아니라 아르망 룰랭이라는 남자다. 고흐가 이미 죽은 시점, 룰랭은 집배원인 아버지의 부탁으로 편지를 전하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마지막 편지를 손에 들고 떠나는 여행은 서서히 추리극으로 변화한다. 이때 반 고흐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은 마치 점차 아르망 룰랭에 동화된다. 나 또한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서 잘 몰랐기에 그를 단순히 제정신이 아니었던 뛰어난 화가로만 기억하고 있다. 한쪽 귀를 자른 자화상이 미술 교과서에 실려있었으니까.
그러나 룰랭과 함께 빈센트의 일생을 추적하고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품게 된다. 자살이라던 빈센트는 머리가 아닌 배에 총상이 있었다. 심지어 가까이서 쐈다면 관통해야 정상인데 총알은 박혀있었다. 총은 어디서 났는지, 빈센트의 원한 관계는 어떻게 된 건지 따라간다. 어느새 나와 룰랭은 자살이 아닌 타살로 빈센트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룰랭과 함께 죽음의 수수께끼를 풀다 보면 무수히 많은 유화 속에서 빈센트의 흔적을 느끼게 된다. 어디서 많이 본 그림과 풍경을 지나쳐서 결말에 다다른다. 결국 추리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영화는 빈센트를 추모하기 위한 한 방식에 불과했다. 그의 열정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그리고 얼마나 괴로웠는지 조금이나마 느끼게 된다.
자칫하면 지루할법한 이야기를 추리극으로 승화시켰다. 유화가 주는 예술적인 느낌과 빈센트의 죽음에 대한 추리를 잘 섞어서 만든 영화, 러빙 빈센트. 빈센트의 글을 읽는 룰랭의 모습이 유난히 머릿속에 남는다.
'대부분의 사람의 눈에 나는 무엇일까. 아무것도 아니다. 별 볼 일 없고 유쾌하지도 않은 사람.전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절대 사회적인 지위를 가질 수 없는, 짧게 말해 바닥 중 바닥.
하지만 이 모든 얘기가 틀림없는 진실이라 해도, 언젠가는 내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이 보잘것없고 별 볼일 없는 내가 마음에 품은 것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