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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Oct 03. 2021

9. 바리스타에서 로스터로

뭐가 다른가

바리스타로 일하다가 로스팅을 공부하게 된 이유가 있다. 바리스타라는 직업의 한계 때문이다. 바리스타로써 연봉을 올리고 대우를 받기 어렵다. 일단 카페에서 일한다는 말을 하면 알바 취급받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많은 카페에서 알바가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 교육을 받고 하겠지만 프랜차이즈가 아닌 매장에서는 기본적인 상식도 없이 커피를 파는 곳도 있다.


바리스타라는 직업은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심지어 바리스타 자격증은 국가 공인이 아니라 협회 자격증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돈만 내면 쉽게 딸 수 있고 취미로 자격증을 따는 사람도 많다. 직업적인 인식에서부터 연봉까지 바리스타로써 살아남기는 참 어렵다. 대회에 나가서 우승하지 않고서 몇 년 일했다는 경력만 주장하기도 어렵다. 결국은 커피 업계에서 스스로의 몸값을 높이려면 다른 분야를 생각하게 된다.


내가 선택한 분야는 우선 로스팅이었다. 문제는 로스팅을 공부하는 방법이 참 애매하다는 점이다. 바리스타의 경우 다양한 경로로 커피를 추출하며 연습할 수 있다. 하다못해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을 직접 산다고 해도도 돈이 많이 들진 않다. 그러나 로스팅은 진입 장벽이 높다. 작지만 비싼 가정용 로스터를 산다고 치더라도 제연 설비를 갖추기 힘들다. 게다가 냄새와 연기 때문에 민원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다른 대안을 찾아봐야 했다.


로스팅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몰라서 우선 '위커피'라는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일정 금액을 내면 6개월 동안 로스팅 작업실을 이용할 수 있다. 스케줄을 등록하고 그곳에 있는 기계와 추출 도구를 사용하면 된다. 그곳에서 커피를 공부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함께 대회 준비하는 경우도 있고 창업 준비를 위해서 가입한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였다. 위커 피와 함께 로스팅 학원에서 교육을 받아볼까 생각도 해봤다. 그런데 주변분들이 돈 낭비라는 이야기를 했다. 커피 자격증은 국가 자격증이 아닌 협회 자격증이라서 딱히 실효성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래서 지금은 로스팅 작업실에서 혼자서 볶아보고 커핑을 하면서 연습 중이다.


로스터리를 목표로 로스팅을 공부하면서 호기심이 서서히 생겨난다. 이 생두에서 이런 맛이 느껴지는 게 맞는 건지, 같은 생두를 다르게 볶으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열을 주는 방식을 바꾸면 어떻게 되는지, 원두의 색에 따라서 맛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걸 하나씩 직접 로스팅하고 비교하고 있다.


그동안 책에서 읽었던 이론적인 부분을 다시 한번 되짚어봤다. 이제는 로스팅에 대해서 더 깊게 알아볼 생각이다. 대체 어떻게 볶아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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