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은행 냄새

은행 열매의 의미

by 글도둑

누군가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렇다면 길에 나뒹구는 은행 열매의 의미도 중간고사 아닐까.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잔뜩 떨어진 은행 열매를 피하 다니면서 이제는 해야 하는 과제와 시험공부가 생각난다.


얄궂게도 시험은 늘 날씨가 좋을 때 찾아온다. 적당히 바람이 선선해지고 햇빛이 따스해질 때. 그때가 정확히 중간고사 기간이다. 이번에 내가 듣는 12 학점 중에서 시험을 본다는 과목이 몇 개나 될까. 공지가 올라온 건 딱 한 과목이다. 공지 외에는 제대로 들은 게 없기 때문에 코시국의 시험 준비는 안 들었던 강의를 다시 듣는 걸로 시작한다.


우선은 강의 콘텐츠에 들어간다. 몇 강을 들어야 시험을 설명해줄지 추리해본다. 1강에서 설명해주는 교수님도 있지만 이번엔 휴일이 너무 많아서 밀렸을 가능성도 높다. 우선 맨 마지막 강의를 살펴보기로 했다. 강의 중에서 수업 자료처럼 보이는 화면을 휙 휙 넘기다 보면 어느새 영상이 끝난다. 시험 일정이나 과제 대체에 대한 내용을 발견할 때까지 계속 영상을 넘긴다.


마지막 학기라서 그런지 이제 다른 동기들과 수업이 겹치지 않는다. 다른 동기는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들었던지 이번엔 4학점이나 6학점을 듣는다고 한다. 나는 왜 12 학점이나 들어야 하는가. 그동안 너무 편하게 다녔던 건가. 지난 학기보단 더 적게 듣는다는 점에 만족하려고 애를 쓴다. 강의계획서와 공지를 뒤적여보니 세 과목에 시험 정보가 나왔다. 10월 25일 두 개, 11월 1일 한 개. 월요일에 수업을 몰아놨더니 각종 대체휴일로 미뤄졌다.


코로나 덕분에 시험은 비대면 인터넷으로 보거나 과제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게 다른데 나는 차라리 과제가 더 편했다. 시험을 보려면 강의나 수업 자료를 공부해야 하지만 과제는 그냥 하면서 자료를 찾으면 되니까 말이다. 아쉽게도 이번엔 과제 대체가 없다. 시험 기간에 공부하려고 앉으면 왜 이리 책상이 더러워 보이는지 모르겠다. 일단 청소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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