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도끼와 장작, 그리고 불

시험기간에 캠핑 가기

by 글도둑

시험 기간엔 뭘 해도 재밌다. 하다못해 청소와 집안일마저도. 캠핑은 원래 재밌다. 그래서 시험 기간에 캠핑을 다녀오기로 했다. 뭘 해도 재밌는 시기에 재밌는 걸 하니까 주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4개의 과목 중에서 시험 대체 과제 하나만 끝난 상태로 다녀온 곳은 강원도 원주였다.


그곳에는 장작이 쌓여있었다. 도끼를 찾아서 장작을 팼다. 퍽 하는 소리와 쫙 쪼개질 줄 알았던 내 생각과는 다르게 틱 하고 튕겨나가는 장작. 몇 번의 시도 끝에 나와 친구들은 나무꾼이 선녀와 만날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도끼를 아래에서 위로 들어 올리는데 허리 힘과 하체가 쓰였다. 강하게 내려치면서 등 근육이 움직였다. 장작 중심을 도끼 날로 내려치는 데는 정확힌 조준이 필요했다. 제대로 쪼개지 못하는 경우엔 손아귀가 저릿해졌다.


"야, 이렇게 까지 해서 불을 피워야겠냐?"


고작 불장난 조금 하자고 땀 뻘뻘 흘려가며 장작을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나 왠지 모를 오기와 금이 간 자존심에 다시 도끼질을 시작했다. 전 날에 비가 와서 습기를 먹은 장작을 던져버리고 가볍고 마른 장작을 찾아서 내리쳤다. 쫙하고 반으로 갈라지는 장작에 쾌감을 느꼈다. 이 맛에 장작 패는구나. 결을 우리는 상대를 잘못 골랐을 뿐, 실력 없는 나무꾼이 아니었다. 도끼가 묵직했기 때문에 정확하게 장작의 중앙만 맞추는 걸로 충분했다. 굳이 등 근육을 짜내어 힘껏 내리칠 필요가 없었다. 결만 잘 맞추면 도끼날이 중력을 따라서 나무를 쪼갰다.


그 뒤로도 작은 스토브에 장작을 넣기 위해서 쪼개고 또 쪼개는 시간 끝에 불을 얻었다. 인간에게 불이란 참 값진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불을 피우고 나서 저녁을 준비했다. 고기를 굽고 술을 따랐다. 배부르게 먹고 작은 스토브의 불가에 둘러앉았다. 술에 취한 채로 하는 헛소리에 웃으면서 술잔을 채우기를 반복했다. 시험은 새까맣게 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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