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비대면 시험은 이렇게 봅니다.

귀찮음

by 글도둑

비대면 시험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우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유형인 '과제 대체'형. 한글 파일 열었을 때, 기본 폰트와 기본 줄 간격으로 적어야 하며 기간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 정도 주신다. 보통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나온다. 예를 들면, 이런 방식으로.


"어문저작물에 관하여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으로 설명하고 이에 관한 법적 요건과 그 효과를 논하시오."


종종 2가지 주제를 내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분량까지 정해주시는 분도 많은데 차라리 분량을 정해주시는 게 속 편할 때도 있다.


그다음 유형으로는 '반 과제'형이 있다. 시험은 시험인데 크게 제약 조건이 없는 오픈 북 시험에 가깝다. 문제는 찾을 테면 찾아봐라, 그게 가능하다면 이라는 느낌으로 내는 경우가 있다. 주어진 시간 내에 학교 웹사이트에서 시험을 보면 된다. 객관식인 경우 바로 점수가 나올 때도 있다. 주어진 시간이 짧은 경우가 많다. 심지어 한번 푼 문제는 돌아갈 수 없는 케이스도 있다. 책이나 수업 자료, 인터넷에서 찾을 수는 있지만 시간도 없고 다시 확인하기도 어려운 시험이다. 이런 경우엔 미리 공부해서 요약정리 노트를 만들어두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 유형으로는 '정규 시험'형이 있다. 아주 까다로운 전제 조건 아래에서 비대면으로 시험을 보는 방식이다. 우선 자필 서약서를 통해서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해서 파일로 제출해야 한다. 동시에 내가 어디서 시험을 보는지 사진을 찍어서 첨부하고 지도로 현 위치를 표시해야 한다. 시험 시간에는 줌(화상통화)을 통해서 접속해서 카메라를 켜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시험을 본다. 덕분에 줌으로 접속하면 분명 집인데도 마스크와 모자를 쓴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오전 수업이라면 눈이 팅팅 부은 채로 앉아있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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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험의 장점이자 단점은 학점 인플레이션이다. 위의 모든 유형은 일반적인 대면 시험보다 난이도가 떨어진다. 어떤 방식이든 수업자료를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험 성적은 다들 높게 나온다. 게다가 출석은 동영상 강의의 제한 시간 내로 듣기만 하면 된다. 출석과 시험이 쉬워졌으니 남은 건 과제 정도. 과제에 조금만 심혈을 기울인다면 학점이 높게 나온다. 대신 조금이라도 소홀한다면 뚝, 뚝 추락한 학점을 맞이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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