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패딩으로 벌크 업한 사람들에게 묻혀서 지하철을 타는 시기가 돌아왔다. 월요일에 수업을 잔뜩 몰아놨더니 11월에 중간고사가 끝났다. 시험은 12월에 돌아온다. 그전에 졸업시험 먼저 만난다. 로스팅 공부하느라 드는 생두 값이 생각보다 많아서 시작한 알바. 시간은 오후 1시부터 5시. 화요일과 목요일은 로스팅하러 간다. 남은 월수금에는 밀린 온라인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한다. 우습게도 주말은 논다. 12학점이라 그런가.
온라인 강의를 틀어놓고 과제를 하다 보면 금방 끝난다. 과제를 제일 많이 주는 수업은 대중영화의 이해였다. 영화를 보고 영화와 관련된 주제로 글을 써야 한다. 교수님이 선정한 영화들은 190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개봉한 녀석들이었다. 내가 본 것보다 안 본 영화가 더 많았다. 중간고사 전에는 '봄날은 간다'를 보고 글을 썼다. 기말고사 전에는 '아이로봇'을 보고 글을 쓰는 중이다. 글을 쓰는 시간보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 주제가 재밌을까? 이게 논리적인가? 차라리 다른 영화로 바꿀까 고민하면서 말이다.
다른 과제는 수업 중에 나온 주제에 대해서 분석해서 ppt를 만드는 거다. 대면 수업이었다면 분명 발표를 시켰겠지만 코로나 덕분에 ppt만 만들면 된다. 그래도 제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제다. 주제 고민, 목차 고민, 어울리는 사진까지 찾아야 하니 귀찮은 것들 투성이다. 이번주내로 모든 과제를 끝내고 졸업시험공부를 해야 한다. 졸업한 선배들 말로는 별거 없다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나는 그나마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 면사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동기들을 보면 매번 지각할까 봐 택시를 탄다거나 애초에 첫 수업은 포기하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힘들어서 중간에 휴학하거나 그만두는 사람도 있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건 참 귀찮고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까지 대학 졸업장을 따야 하나 싶을 정도로. 나처럼 시간대를 조정해서 여유롭게 다닐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 그러나 대학 졸업장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가급적 빨리 시작해서 빨리 끝내게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졸업장이 없어서 벌어지는 격차가 커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