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빌어먹을 핼러윈

by 글도둑

아는 사람에게서 사진이 하나 날아왔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시국에도 줄 서서 놀러 다니는데 너는 뭐하니?' 라면서. 나는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핼러윈이란 바리스타에게 귀찮고 짜증 나는 연례행사에 불과했을 뿐이다.


물론 잔뜩 꾸미고 치장하고 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붐비는 거리에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사진 찍고 찍히면서 밤거리를 나돌고 싶을 수 있다. 나는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면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짜증 나는 경험을 너무 자주 겪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일했던 매장에서는 언제부턴가 핼러윈 이벤트를 진행하곤 했다. 원래 사계절에 맞춰서 4개의 프로모션을 진행했는데 어느 순간 이것저것 잡다한 이벤트가 추가됐다. 화이트 데이, 밸런타인데이, 핼러윈, 추석이나 설까지. 그중에서 유난히 손이 많이 가는 메뉴는 늘 핼러윈에 있었다. 가장 짜증 났던 것은 핫 초콜릿에 마시멜로를 띄워주는 음료와 카푸치노 위에 그림을 그려주는 음료였다.


뜨거운 음료에 마시멜로를 얹는다면 금방 가라앉는다. 처음에 몇 초는 버틴다. 곱게 친 스팀 덕분에 폼 위에 예쁘게 떠 있는다. 손님을 애타게 불러서 손님에게 건넬 때면 어느새 귀여운 마시멜로는 자취를 감춘 뒤다. 그럼 손님이 항의를 한다. 마시멜로 사진 찍으려고 시켰는데 왜 마시멜로가 없냐면서 말이다. 카푸치노에 초콜릿 드리즐로 그림을 그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바쁘게 바를 오가면서 음료를 나가다 보면 카푸치노에 그림을 그리는 일에 짜증이 난다. 음료 만드는 시간보다 그림 그리는 시간이 더 걸릴 때도 있다.


핼러윈 음료 레시피를 외우고 이벤트 장식으로 매장을 꾸민다. 게다가 핼러윈 시즌 MD와 푸드까지 진열해야 한다. 귀찮음에 귀찮음이 겹겹이 쌓인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보고 이상한 코스프레 뒤집어쓰라는 말이 없어서였다. 그것까지 하라고 했으면 그냥 핼러윈 기간 내내 휴가를 썼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분장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냥 지켜보고 웃는 행인 1이 되고 싶다.


핼러윈을 별로 안 좋아하는 건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귀찮은 일이 떠올라서 그렇다. 빌어먹을 핼러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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