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인간성

영화 아이로봇

by 글도둑

“Yes, But it just seems too... Heartless.”

(이해해. 하지만 그건 너무... 비인간적이잖아.)


영화 아이로봇에 등장하는 두 존재가 있다. 로봇의 3원칙을 거스르는 유이한 존재. 그중 하나인 비키는 인류는 결국 지구를 파괴하고 스스로를 멸종시킬 거라 예측한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인간을 대신해서 논리적인 기계가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반면, 로봇인 서니는 ‘비인간적’이라는 이유로 반대한다. 그리고 형사 스푸너와 켈빈 박사를 도와 비키의 계획을 막아선다. 이때, Heartless는 비인간적 또는 매정하다는 의미로 번역되는데 실제로 심장(heart)이 없는(less) 기계가 그런 대사를 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로봇의 3원칙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로봇은 인간에게 복종해야 하며 해를 끼치면 안 된다.’이 로봇의 3원칙을 벗어난 존재는 로봇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그렇다면 서니와 비키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단순하게 보면 비키는 양전자 두뇌를 가진 인공지능이고 서니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다. 그러나 단순히 로봇이라고 정의하기 어렵다. 로봇보다 진화한 무언가에 가깝다. 그렇다면 사람처럼 간주해도 되는 걸까? 그전에 인간이란 무엇일까?


본래 의미로 인간 또는 사람은 ‘생각하고 언어를 쓰며 도구를 만들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을 의미한다. 비키와 서니는 엄밀하게 따지면 포유류에 속하는 동물인 인간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처럼 유사한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성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반대로 뼈와 살이 아닌 철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기계가 인간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반면 아이로봇의 주인공인 형사 스푸너는 한쪽 팔이 기계로 이식된 사이보그다. 이때 재밌는 가정을 할 수 있다. 만약 스푸너가 또 다른 부상으로 다리를 전부 기계로 대체했다고 하자.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뇌를 제외한 모든 주요 장기를 기계로 대체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는 단순한 기계라고 봐야 할까? 사람과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는데도? 인간성이란 인간다움을 나타낸다. 인간성이란 매우 주관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정해진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본질을 기계로 이뤄진 무언가가 가질 수 있을까.

비키는 내가 인류를 지배해야 인간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비키는 서니를 제외한 모든 로봇을 조종하여 인간을 억압하고 지배하려 한다. 그러나 서니는 감성적인 모습을 보인다. 생존율이 높은 스푸너보다 생존율이 낮은 캘빈 박사를 먼저 구한다. 스푸너의 부탁으로 프로그래밍된 사고방식을 고치면서 말이다. 그런 면모가 결국 인간성이 아닐까. 인간이 가장 인간다울 때는 감정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때다.


비키는 논리에 기대어 세상을 재단한다. 반면 서니는 감정을 배우면서 세상을 느낀다. 철과 나노 근육으로 움직이는 서니는 ‘heartless’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실제로 심장이 없으면서도 인간처럼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면서 말이다. 감정적인 충동과 비논리적인 삶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전자두뇌가 시키는 대로만 행동하던 비키는 그래서 파괴당한다.


영화 중간에 이런 장면이 있다. 서니가 래닝 박사를 죽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을 때 로봇 회사 사장이 이런 말을 한다.


“사람이 사람을 죽여야 살인이에요. 로봇을 사람 취급할 생각은 없으실 텐데? 만약 로봇이 래닝 박사를 죽였더라도 로봇은 기계예요. 회사 소유물이죠. 최악의 경우에도 산업 재해일 뿐이죠.”


그리고 영화의 끝에 서니가 래닝 박사의 부탁으로 그를 죽였다고 털어놓으며 체포할 건지 물어본다. 로봇 혐오하던 스푸너는 이렇게 답한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게 살인이야. 엄밀히 따지면 넌 살인한 게 아니지.”


서니는 그 말을 듣고서 그럼 우리가 친구냐고 물어보자 스푸너는 대답 대신 악수를 건넨다. 로봇 회사의 사장은 논리적으로 따지면서 죄목을 바꿨다. 반면 스푸너는 인간적으로 죄를 숨겨준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말이다. 결국, 로봇 또한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행동한다면 인간성이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존, 워커, 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