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틱 틱 붐!'
일주일만 지나면 전 서른 살이 돼요. 스티븐 손드하임이 브로드웨이에서 데뷔하고 폴 매카트니가 존 레넌과 마지막 곡을 만든 나이보다 많죠. 우리 부모님은 서른에 이미 자식이 둘이었고 따박 따박 돈 나오는 직업과 집도 있었어요.
8일 후면 내 청춘은 영원히 끝나는데, 난 해놓은 게 뭐죠?
무대 위에 올라 자신을 멸종 위기종, '뮤지컬 작가'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 조너선 라슨, 그는 29살에 영원히 머물면 안 되냐며 노래를 시작하고 뮤지컬은 막이 오른다.
서른 살. 나이의 무게가 묵직해지는 시기일까. 왜 사람들은 '서른'이라는 단어에 유독 집착할까. 그 이유는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조너선 라슨과 함께 뉴욕으로 건너온 마이클은 배우의 꿈을 접고 광고 회사에 취직했다. 안정적인 삶을 보며 그 또한 갈등한다. '이런 삶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데 여전히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아홉 살에 YMCA 장기자랑에 나가고 16살에 웨스트사이드 뮤지컬을 했던 그 순간. 무대에 내려와 행복을 느낀 그는 맹세한다. 내 남은 생을 이렇게 살 거라고. 시간이 흘러서 뉴욕의 허름한 집에 살면서 식당에서 일하며 글과 작곡에 몰두하는 조너선은 29살이다. 그리고 이제 일주일 후엔 서른. 난 맹세했지만, 여전히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나이 서른에 결혼하고 아이를 가졌던 부모님, 나와 다른 길을 선택해서 낡아빠진 집이 아니라 넓고 깨끗한 집에 사는 친구. 마침내 호평을 받은 뮤지컬을 선 보였지만 '팔리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투자받지 못한 뮤지컬 각본. 조너선 라슨은 절망에 빠지기 시작한다. 내 맹세는 여기까지 일까.
그는 서른이란 나이가 주는 삶의 갈림길 앞에서 우리가 품은 고민과 갈등을 보여준다. 우리는 어느 방향을 바라보고 살아야 할까. 영화는 조너선 라슨을 보여준다. 정확히는 그의 유작인 뮤지컬 '틱 틱 붐'을 보여준다. 보다 드라마틱하게 현재와 과거를 뒤섞어서 말이다. 영화 속에서 그가 부른 노래가 마음에 진득하게 눌러붙는다. 우리의 시간도 지나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돌아보게 된다. 청춘이 끝나가는데 우리는 뭘 해놓았는가?
우리는 나이를 먹는다. 하루하루 지나갈 때마다 하루하루씩 늙어간다. 영화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그래서다. 어느새 우리의 머릿속에도 틱, 틱 거리는 시계의 초침 소리가 들린다.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무시하고 지나 칠 수 있는 시곗바늘 소리. 그러나 밤이 찾아오고 고민이 시작될 때 어느새 귓가에 맴도는 소리. 시간이 가고 있다며 어서 결정하라는 암묵적인 압박에 짓눌린다.
우리는 그 압박감을 밀어내면서 결정한다. 이쪽 길이 맞는지, 아니면 저쪽 길이 더 빠를지. 이 사람과 만나는 게 맞을지, 아니면 그냥 혼자 지내는 게 나을지.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서 식당에서 일하며 글을 쓸지, 친구처럼 그냥 취직이나 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지. 인생은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다. 그 사이에 아주 작은 초침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언젠가는 펑하고 터지는 소리도 들릴 것이다. 다시 펜을 잡은 조너선 라슨이 우리에게 물어본다.
"새장과 날개, 어느 쪽을 택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