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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Dec 24. 2021

두 개의 멀티버스 영화

※ 스포일러 주의, 뉴 유니버스와 노 웨이 홈

지금쯤이면 다 봤을 거라 믿는다. 혹은 이미 알고 보러 갔거나. 맞다. 둘 다 '스파이더맨들'이 나오는 영화다. 차이가 있다면 하나는 애니메이션 버전으로 소니가 제작했으며 하나는 마블에서 제작한 실사 영화라는 점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톰 홀랜드 주연의 마블 스파이더맨, '홈' 시리즈는 3번째라는 점이다. 그게 왜 문제인지 '뉴 유니버스'의 스파이더맨을 통해서 알아보자.


뉴 유니버스는 마일즈 모랄레스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물론 1세대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도 나온다. 두 명이나 말이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히어로 영화의 첫 편답다. 능력의 획득과 각성 과정을 화려하게 보여준다. 획득과 각성은 다르다. 능력을 얻는 것 자체로는 영웅이 될 수 없다. 그저 힘센 꼬마 아이에 불과하다. 그런 모습을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3편 내내 보여준다. 힘세고 철없는 꼬마 아이.


홈커밍에서는 멋진 슈트 입고 어벤저스에 들어가려고 사고만 쳤다. 파 프롬 홈에서는 연애 생각만 하면서 토니의 유산을 다른 이에게 넘겨버렸다. 그리고 노 웨이 홈에서까지도 철 없이 날 뛴다. 마블 시리즈로 따지면 벌써 6편에서 스파이더맨으로써 모습을 보여줬는데 여전히 애 같은 모습만 보여준다. 무턱대고 행동하고 마음대로 움직이며 사고와 사고 끝에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다.


상실의 아픔과 절망 속에서 다른 스파이더맨들이 위로와 조언을 건넨다. 재밌게도 두 영화의 큰 차이점이 하나 있다. 뉴 유니버스에서는 가장 유명한 명대사(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를 지겹다며 씹어버린다. 대신에 'who am I?'라는 키워드에 집중한다. 사춘기를 겪는 소년이 느끼는 혼란과 능력을 얻고 나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당황이 엿보이는 키워드다. 그 속에서 사춘기를 이겨낸 소년은 스파이더맨으로 거듭난다. 반면 노 웨이 홈에서 명대사는 위로와 유대로 쓰인다. 상실의 고통을 이겨내고 각성하는, 가장 스파이더맨다운 장면 말이다. 시리즈 내내 아이 같던 그가 희생을 통해서 홀로서기를 시작하며 영화는 막이 내린다.


시빌 워, 홈 커밍, 인피니티 워, 엔드 게임, 파 프롬 홈, 그리고 노 웨이 홈에 이르러서야 홀로 선다. 무수히 많은 멘토와 보호자들 틈에서 벗어난다. 이제야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의심이 든다. 혹시 다음 편에도 똑같이 철없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또 답답하게 힘만 센 꼬마처럼 행동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두 영화 모두 멀티버스를 통해서 재밌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코믹스의 특성을 잘 살린 뉴 유니버스는 보다 색다른 모험을 시도한다. 제4의 벽을 넘나들고 흑역사까지 직접 재현한다. 먼저 나온 뉴 유니버스가 2018년 작품이니 이보단 더 잘 살렸기를 기대했다. 기대가 큰 만큼 만족하지 못한 걸 지도 모르지만 노 웨이 홈은 더 잘 만들 수도 있었다. 정확히 팬 서비스 수준에서 멈춰버려서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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