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와 대학생을 병행하면서 들었던 생각이 있다. 저렴한 중고차라도 하나 사서 타고 다닐까. 집에서 카페로 출근하는데 1시간을 잡는다. 마찬가지로 집에서 대학을 가는데 1시간을 잡는다. 실제 버스를 타면 걸리는 시간은 약 30분이다. 그런데 갈아타야 한다. 애매하게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버스를 놓치거나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하면 결국 한번 가는데 분 단위에서 시간 단위로 변한다. 근데 차를 타면 카페든 대학이든 15분 거리다.
차를 살까.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다. 심지어 차 있는 친구들에게 내 월급으로 유지할 수 있는 중고차를 물어보고 다녔다. 고려했던 차량은 스파크, i30, 아반떼 정도였다. 800만 원 안팎으로 사서 편하게 타고 다닐 수 있는 차. 그런 생각의 흐름을 멈추게 한 것은 두려움이었다. 하나는 '창업 준비하느라 돈 모아야 하는데 감히 차를? 유지비용은 어쩌려고?'라는 생각.
그래서 안 샀고 못 샀다. 그때 안사고 참았던 돈을 털어서 로스터를 샀다. 20년도에 제작한 이지스터 1.8kg. 중고 로스터를 알아보다 보면 무슨 중고차만 한 가격이란 걸 깨닫는다. 심지어 독일 프로밧이나 네덜란드 기센이라는 브랜드는 외제차스러운 가격대에 형성되어있다. 그런 로스터로 사려면 내 20대를 모조리 바쳐야 한다.
중고 매물을 찾고 찾은 끝에 도착한 곳은 안양이었다. 내가 상가를 구한 용인에서 참 멀고도 멀었다. 버스를 갈아타고 한 시간 넘게 걸려서 안양에 도착했다. 또다시 차를 한대 사야 하나라는 고민할 때쯤, 카페가 보였다. 작은 전시회가 진행 중인 카페. 한국적인 느낌이 살짝 나면서 깔끔한 인상이었다. 직접 로스팅한 커피와 직접 구운 쿠키와 스콘을 팔고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가게를 내놓았다며 로스터를 보여주셨다.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돈을 이체해드렸다. 로스터를 분해하는 걸 구경하고 테이블에서 카트로 싣는 걸 도와줬다. 아주 묵직했다. 반면 내 통장 잔고는 한결 가벼워졌다.
용달차를 기다리면서 커피와 쿠키를 사서 먹었다. 맛있었다. 평점을 보니 꽤 높은 편이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 손님도 꽤 있었다. 그런데도 정리를 한다니, 코로나가 참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한다. 용달차에 싣는 것까지 도와주시면서 카페 사장님은 씁쓸하게 웃으셨다. 아쉬움과 미련이 가득한 웃음이었다. 나는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드리며 로스터를 데려왔다. 차 대신 로스터. 이걸 타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