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000

by 글도둑

창업 준비 중에서 가장 귀찮았던 것은 중고 거래였다. 중고 커피 용품은 생각보다 공급과 수요가 많다. 커피 애호가가 많아지면서 더 좋고 더 비싼 제품을 집안에 들여놓는 사람도 많아졌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한 여파로 폐업하는 카페들이 내놓는 장비도 많았다. 크게는 에스프레소 머신부터 작게는 저울까지. 나는 로스터, 그라인더,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매했다.


처음엔 눈으로만 봤다. 아직 상가를 구하기도 전부터 말이다. 그때부터 눈여겨보면서 가격대가 어느 정도 선에서 형성되는지 알아봤다. 그러나 막상 상가 계약과 동시에 내가 원하는 매물이 잘 안보였다. 가장 구하기 어려웠던 건 로스터였다. 적당한 사용 연도와 원하는 가격대의 매물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나오더라도 금방 사라지곤 했다. 오래전 올라왔던 게시글들에 연락을 남겨놔도 오래돼서 연락이 없거나 이미 팔린 상태였다.


다양한 커피장비 중고거래 카페를 들여다보고 중고거래 어플을 두 개나 받아서 살펴보는 나날이 이어졌다. 한 번은 경북 구미에 있는 로스터를 예약했다. 스트롱홀드라는 전기 로스터였고 연식은 오래됐지만 사용한 횟수가 많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용인에서 경북까지 왕복 6시간이나 되는 거리였다. 다시 한번 차를 살까 고민이 들 정도로 멀었다. 친구에게 부탁해서 주말에 다녀올 계획을 잡았다. 글이 올라오자마자 연락해서 금방 약속이 잡혔다. 거리가 멀어서 주말에 다녀와야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다른 분이 방문해서 구매했다는 통보 형식의 문자가 날아왔다.


황당하긴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미 거래가 물 건너갔는데 욕하고 화 내봤자 뭐가 달라질까. 친구에게 계획이 변동됐다며 문자를 보내고서 다시 한번 인터넷을 뒤적거렸다. 내가 원하는 매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다. 상가 공사를 해놓으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더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


에스프레소 머신은 가정용 머신으로 구매했다. 로스팅을 확인하는 용도로 1구짜리 머신이다. 손님들에게 음료를 판매할 건 아니니까 더 좋은 걸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가를 구하기 전, 공부를 위해서 집에서도 에스프레소를 내려마실 생각이었다.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 그리고 저울과 디스트리뷰터 등을 함께 받았다. 책상을 가득 채운 커피용품들. 주방이 아닌 내 방에서 사용하다 보니 방에서는 커피 냄새가 풀풀 풍겼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날이면 청소기가 필요했다. 미세한 커피 가루는 사방으로 퍼져버렸으니까. 방이 좁게 느껴질수록 내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더 크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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