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00

by 글도둑

아침에는 사장님, 점심부터는 아르바이트생, 저녁에는 잡부. 요즘엔 그렇게 지내고 있다. 오전에 공사 업체와 미팅을 하고 견적을 받는다. 점심 이후엔 알바를 다녀오고 퇴근 후에는 상가에서 일을 한다. 군대에서 입던 깔깔이를 작업복으로 걸치고 동네 마트에서 오천 원 주고 산 모자를 뒤집어쓴다. 빨간색으로 코팅된 장갑을 끼고 오늘 할 일을 시작한다.


찐득하게 들러붙은 유리문의 스티커를 제거하고 오래된 잠금장치를 풀고 도어록으로 교체했다. 천장에 붙어있는 누런 텍스를 전동드릴로 뜯어내고 새로운 텍스를 주문했다. 작업실 바닥에 깔려있는 장판도 뜯고 옆 벽에 붙어있는 걸레받이도 제거한다. 한편에 층층이 쌓이는 쓰레기들. 이걸 또 어떻게 처리할지 알아본다. 뭣도 모르고 시작하는 창업이라 서투르고 어색하기만 하다. 이걸 이렇게 해도 되는 건지, 이 돈을 들여서 할지 말지 고민하고 결정하는 게 참 어렵다. 오롯이 나 혼자서 내려야 하는 결정들이 뭉텅이처럼 쌓여서 머리를 무겁게 만든다. 차라리 몸을 쓰면서 일을 할 때가 속이 편하다. 몸을 움직이고 땀이 나면서 잡념은 사라지고 점차 변하고 있는 작업실만 눈에 보이니까.


바닥을 뜯어서 나온 장판과 나무판, 그리고 플라스틱 판과 단열재까지. 옆에 주렁주렁 매달린 전선과 콘센트를 전부 뜯어서 내려놓는다. 천장에 붙은 텍스가 다행히 석고라서 전부 교체할 필요는 없었다. 처음에는 쓰레기 차를 알아봤다. 쓰레기 차를 부르면 대략 40만 원이 든다. 1톤 차량 한 대와 사람 한 명이 와서 쓰레기를 싹 가져간다고 했다. 철거부터 불렀다면 80만 원이라고 했으니 일단 절반은 아낀 셈이다. 그렇게 쓰레기 차를 부르려고 하는데 누가 대형 쓰레기로 신고하면 된다고 알려줬다.


시청에서 대형 쓰레기를 신고하면 코드가 한 줄 나온다. 그걸 종이에 붙여서 쓰레기 배출하는 곳에 가져다 두면 일정에 맞춰서 쓰레기를 수거한다. 내가 버린 쓰레기는 에어컨과 실외기, 그리고 장판과 단열재였다. 콘센트와 목재, 플라스틱 판은 경비 아저씨들이 쓸 수 있다며 다 챙겨가셨다. 대형 쓰레기 신고 비용으로는 꼴랑 38,000원이 들었을 뿐이다. 80만 원이 38,000원이 되다니. 이래서 사람은 정보를 잘 찾아야 한다. 문제는 알아야 정보를 찾는다는 점이다. 아무것도 모르면 뭘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조차 모른다. 혼자서 뭘 준비하기는 그래서 어렵다. 알고 있는 지식의 한계와 혼자서 내려야 하는 결정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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