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0,000

by 글도둑

설비 공사 중에서 가장 큰 지출 중 하나가 전기공사였다. 내 작업실에는 냉장냉동고, 에어컨, 로스터 2대, 그라인더 2대, 전기온수기, 드립포트, 에스프레소 머신 등등 총 17Kw 정도 필요했다. 다행스럽게도 증설할 필요는 없었지만 콘센트는 전부 새롭게 달아야만 했다.


내가 주문할 작업대와 테이블의 높이는 80cm였다. 그 위에 콘센트 위치를 잡았다. 컨설팅을 받은 대로 여러 업체에 연락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해봤다. 한 곳은 400만 원을, 한 곳은 285만 원을 불렀다. 견적은 300만 원 이하로 하라고 했으니 나는 285만 원짜리 업체와 계약했다. 선금으로 절반 정도 입금하면 배전함을 공장에 의뢰해서 만든다고 했다. 견적을 위해서 미팅할 때는 '저기요'였는데 입금할 때는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돈 주는 사람이 곧 사장이고 대표다.


전기 공사는 2일 동안 진행됐다. 전등 위치를 다시 잡고 전기를 끌어와서 배전함을 새로 달았다. 위치에 맞춰서 콘센트를 만들었다. 자바라로 된 전선보다는 스테인리스로 된 전선함이 깔끔해 보여서 조금 비싸지만 그걸로 했다. 검은색 자바라가 덕지덕지 붙어있으면 깔끔해 보이지 않아서. 가격에는 큰 차이 없다고 했다. 재료비가 조금 더 들어가는 것뿐이라고.


아침에 가서 문을 열어주고 작업이 어떻게 되는지 슬쩍 보다가 작업이 끝날 때쯤 다시 가서 진행 사항을 확인했다. 그분들은 프로지만 내가 프로가 아니라서 확인이 필요했다. 작업이 어느 정도 되어가는지, 예정대로 이틀이면 마무리가 되는지, 다음 공정을 잡아도 되는지. 이상하게 목돈이 나가는 미팅을 하고 나서 바로 다른 공정 미팅을 잡기 힘들다. 한 공사를 위해서 두세 곳에 연락하고 견적을 받다 보면 기운이 빠져서 그렇다. 텅 비어 가는 통장만큼이나 말이다.


만약 한 번에 견적을 쭉 받아서 그대로 공사를 진행했으면 2주에서 3주 정도는 일정을 앞 당길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힘들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자잘한 작업을 또 내가 직접 했기에 일정을 못 맞출 것 같았다. 게다가 내가 찾아보고 연락한 업체들은 바빴다. 불경기라고 하는데 왜 내가 연락한 업체들은 이렇게 바빴을까. 최소 일주일 뒤에나 공사가 가능했다. 우습게도 바쁜 업체라고 하니 왠지 믿음이 갔다. 실력이 없어서 한가한 업체보다는 실력 덕분에 바쁜 업체가 잘할 것 같았다. 그렇게 일정이 하나둘씩 잡히면서 통장에는 묵직한 한방, 두방을 누적되고 있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8,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