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값이 18만 원이고 친구들 밥값이 10만 원이었다. 생각보다 도와준다는 친구가 많아서 다행이었다. 처음에는 혼자서 퍼티 작업을 진행했다. 벽 사이에 실금이 가거나 타공 된 자리를 메꾸는 작업이다. 내가 봤던 유튜브 영상을 어설프게 따라 하면서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작업할 곳이 많아서 문제였을 뿐. 사포질도 해야 했는데 몇 번 하다가 너무 귀찮아서 포기했다. 위에 하도제로 젯소를 바를 거고 그 위에 페인트 칠 또한 두 번 할 거니까 조금은 거칠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루 뒤, 젯소를 바르기 시작했다. 가벽은 샌드위치 패널로 되어있어서 매끄러웠고 그 부분이 페인트가 잘 안 발릴까 봐 시작한 작업이었다. 약 2/3 정도 되는 면적에 칠하는데 5시간이 걸렸다. 고작 한번 칠하는데 말이다. 젯소를 혼자 칠하면서 땀이 찔끔찔끔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친구를 불렀다. 주말에 친구들이 오기 전까지 페인트 칠하기 위한 밑 작업을 준비했다. 밑에 비닐을 깔고 일회용 작업복도 구매했다.
페인트는 직접 가서 샀다. 페인트 가게는 보통 사전에 연락하고 가는 걸 추천한다. 보통 페인트 시공도 같이 하는 가게가 많아서 그런지 보통은 닫혀있는 듯하다. 나는 약 25평을 칠해야 했다. 그래서 18리터의 묵직한 페인트를 구매했다. 아주 묵직했다. 롤러와 붓, 그리고 팔레트도 함께 구매하는데 18만 원이 들었다. 조색 비용과 기다란 장대는 서비스라고 하셨다. 색 차트를 보고 색을 고르면 바로 색을 섞어서 주시는 게 신기했다.
주말에 친구들이 왔다. 4명이나. 사실 2명인데 갑작스레 친구 커플이 놀러 온 겸 일을 도와줬다. 오전 11시에 시작해서 1시에 1차 페인팅이 끝났다. 점심을 먹고 이야기하면서 '한 번만 칠해도 깔끔한 것 같다'라는 의견을 무시하고 밥 먹고 한번 더 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두 번째 칠하는 과정 중에 지쳐있는 커플이 '우리 나중에 셀프 인테리어는 하지 말자'라는 이야기를 엿들었다. 작업을 끝내고 보니 시간은 벌써 6시였다. 확실히 혼자 하는 것에 비하면 정말 빠르게 끝났다. 두 번 칠하니까 확실히 더 깔끔했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친구들아.
마스킹 테이프로 바닥에 붙여놓은 비닐은 사다리 때문에 이리저리 찢겨서 바닥에 페인트 자국이 남았다. 바닥 에폭시를 먼저 진행해서 페인트 자국은 쭉 남아있을 듯하다. 원래라면 벽을 먼저 칠하고 바닥 에폭시를 그 뒤에 칠해야 한다. 그게 더 깔끔하니까. 난 일정 상 반대로 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내 작업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