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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Apr 13. 2022

250,000 x2

인생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태클을 건다. 이번에는 로스팅 테이블용 작업대가 태클을 걸었다. 직접 조립해야 하는 작업대 두 개. 200kg 중량까지 버틴다고 해서 25만 원이나 주고 샀다. 안 그래도 무거운데 두 개를 한 번에 포장해서 정말 땀 뻘뻘 흘리며 옮겼다. 화물 배송으로 와서 기사님이 도와주시긴 했지만 순식간에 팔이 뻐근해졌다. 작업대를 나무 팔레트 통째로 감아서 배송시켜서 더 힘겨웠다. 아니, 하나씩 포장했으면 옮기기도 편했을 텐데. 화나는 일은 고무망치가 없어서 사러 나갔다 왔다는 점이다. 보통은 사은품으로 하나 정도는 보내주던데.


작업대를 낑낑 들어서 옮기면서 짜증 나는 일이 연달아 터졌다. 도색이 두껍게 되었는지 결합시키고 고무망치로 내려져도 연결부위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대장장이 마냥 망치질을 하고 또 하다 보니 열이 올라와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연결부위 사이에 작은 안전핀도 끼워야 하는데 이 안전핀마저도 잘 안 들어갔다. 쇠로 된 다리 부위를 고무망치로 내려치다 보니 비싼 돈 들여서 칠한 에폭시 바닥이 까졌다. 안 그래도 바닥이 손상될까 봐 에어캡과 상자를 밑에 깔았는데. 몸에서 올라오는 뜨근함이 열 때문인지 화 때문인지 몰랐다.


심호흡을 하면서 땀을 닦았다. 낑낑 대면서 판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피스를 박아 넣었다. 전동드릴, 만세. 그렇게 하나를 완성하고 나니 두 시간이나 지나있었다. 남은 하나는 내일 할까 하다가 그냥 다 처리했다. 안전핀이 잘 안 박히는 건 내버려 뒀다. 사이즈 맞는 피스를 가져와서 전동 드릴로 박아버릴 계획이었다. 이 작업대도 연결부위가 잘 안 들어가서 고무망치로 한참을 내려쳤다. 깡 깡 거리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다. 혹시 시끄럽다고 찾아올까 마음이 급해졌다.


조립하면서 한쪽 다리를 끼우면 다른 다리가 떨어지고 그 다리를 잡으면 또 다른 다리가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조립은 역시 두 명이서 하는 게 훨씬 빠르고 편하다. 혼자서 낑낑대니 화가 다시 올라온다. 다시 생각해보면 사포질을 조금 해서 도색을 살짝 벗겨내는 것도 한 방법이었을 텐데. 짜증이 나서 망치만 끊임없이 내려쳤다. 덕분에 전완근이 뻐근하다. 아이보리색 다리와 검은색 판으로 만들어진 작업대. 다행히 페인트 색과 어울려서 마음엔 들었다. 그래도 다음번엔 이 회사 제품은 절대 주문하지 않을 거다.


이후 다른 곳에서 선반을 시켰다. 똑같이 무볼트 조립이고 끼운 다음에 고무망치로 내려쳐서 고정하는 방식이었다. 훨씬 쉬웠다. 끼운 다음에 고무망치로 두세 번 치면 조립이 완료됐다. 빌어먹을 작업대는 고무망치의 헤드가 튀어나가기 직전까지 미친 듯이 두드려야 했는데. 선반은 순식간에 완성됐다. 대체 저 작업대는 뭐가 문제였을까 싶을 정도로. 무볼트 조립이라는 같은 방식인데 왜 이리 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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