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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Apr 17. 2022

1,035,000

냉장고를 비롯한 주방용품을 살 때가 다가왔다. 근처에 있는 두 곳의 주방용품점을 다녀왔는데 한 곳은 닫혀있었고 한 곳은 무성의했다. 처음에 간 곳은 전화하고 가려다 음성 안내로 6시까지라고 해서 그냥 찾아갔다. 5시를 살짝 넘겨서 도착한 그곳은 굳게 잠겨있었다. 다시 전화해서 통화연결을 해보니 오늘만 일이 있어서 일찍 퇴근했다고. 다른 곳은 중고 주방이라고 보다는 작은 주방용품 도매점에 가까웠다. 전화로 냉장고와 싱크대를 물어보았는 데 있긴 했다. 내가 원하는 사이즈만 빼고. 응대하는 태도 또한 무성의해서 짜증이 났다. 역시 황학동 주방 거리를 가는 게 더 좋아 보였다.


일단 황학동 온라인을 들어가 봤다. 예전부터 찾아보다 몇 번 본 곳인데 전화번호를 입력해야 했다. 그래서 견적을 받을까 말까 하다 멈췄던 곳이다. 이제 오픈이 얼마 남자 않았기 때문에 번호도 남기면서 견적도 받아봤다. 핫 워터 디스펜서, 싱크대, 업소용 냉동냉장고, 필터, 냉난방기, 테이블, 의자. 다 하면 한 300만 원 나오지 않을까. 중고로 해달라고 넣었다.


황학동 온라인은 하루정도 뒤에 견적에 대한 연락이 왔다. 중고는 없고 신제품만 있다고. 너무 비쌌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각종 어플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당근과 번개를 헤매다 중고업자를 발견해서 문의를 넣었다. 냉난방기는 할인행사할 때 사기로 결정했다. 중고와 새 제품의 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소용 냉동냉장고, 핫 워터 디스펜서, 테이블 3개와 의자 4개, 스툴 3개, 싱크대. 1톤 차량에 한가득 실려서 도착했다. 백만 원하고도 35,000원이 들었다.


냉장고는 냉매 때문에 5시간 뒤에 작동시키라고 붙어있었다. 가급적 중고용품은 보고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핫 워터 디스펜서는 사진과 다르게 낡았고 물받이 통이 없었다. 나는 어플을 통해서 거래했기 때문에 사진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가기에는 너무 멀었으니까. 이럴 때면 또다시 차에 대한 욕구가 샘솟는다.


구매한 제품들을 생각했던 위치에 배치하고 쉬었다. 더 이상 내가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설치하고 가스 공사도 진행했다. 그건 결국 사람 불러서 해야 하는 일이기에 문을 열어주고 닫는 게 전부였다. 가스 공사는 하루는 배관을 설치하고 다음 주에 도시가스공사에서 사람이 나와서 안전 확인과 함께 가스 호스를 연결하고 열어준다고. 도시가스공사에서 가스 안전 필증도 발급받아야 한다. 상호명과 신분증을 전달하고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이제 몇 발자국 안 남았다. 수도와 덕트, 그리고 영업 신고와 사업자 등록증. 그러면 정말 창업이라는 과정이 끝난다. 약 한 달에 걸쳐서 정말 창업에 한 발자국 들어서게 된다. 잘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재미는 있을 것 같다. 재미의 두배 정도 되는 불안감과 함께 말이다. 오롯이 나의 결정으로 모든 걸 해야 하는 입장이니까. 재미와 불안이 공존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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