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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Apr 02. 2022

담배, 키스, 그리고 행복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서 김태리라는 배우에 대한 호기심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꼬박 3일에 걸쳐서 정주행을 완료했다. 사실 그전부터 내용은 얼핏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드라마는 흥미로웠다. 담배, 키스, 그리고 행복이 없어서.


'미스터 선샤인'은 대한제국 시절을 그려내는 드라마다. 조선 출신 미국인, 조선 출신 일본인, 그리고 조선인들이 주연으로 나온다. 당연히 러시아, 일본, 미국이 대한제국을 둘러싼 정치판이 빠질 수 없다. 나라를 팔기 위해서 안달 난 자들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이들이 그려내는 이야기. 그 시대에는 당연히 곰방대가 있었지만 우습게도 양담배가 더 많이 보였다.


주인공들 중에서 두 명이 담배를 들고 다닌다. 그리고 그 둘 다 피려고 하는 순간, 사건이 생기면서 담배를 못 피우는 장면이 많다. 아마 한국 방송의 검열 때문에 '피우는'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담배를 물고 있다가 뱉어버리거나 타들어가는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두고만 있다. 그 타들어가는 담배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의 '양담배'다. 개화된 이들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장치 중 하나다. 상투를 틀고 갓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단발에 모자를 쓰는 이들처럼.


한국 드라마에 빠질 수 없는 로맨스는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그러나 로맨스의 핵심인 키스신과 베드신 따위는 없다. 그런 애정행각이 없어서 더 애틋하게 보인다. 이들이 연애를 하는 것이라고는 영어와 한글을 통한 언어유희와 다정한 포옹이 전부다. 놀랍게도 그 두 가지만으로도 그들은 연애를 하고 있으며 서로를 위하는 사이임을 느낄 수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인공, 아기씨라고 불리는 고애신은 처음 배운 영어 단어는 '건, 글로리, 새드 엔딩'이다. 그 마지막 단어처럼 이 드라마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는 담배와 키스처럼 없는 것과 같았다. 애달픈 사랑과 이별, 무너져가는 나라와 목숨 걸고 싸우는 이들 사이에서 행복은 머나먼 미래의 일이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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