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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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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Apr 23. 2022

용산, 고라니 커피클럽

위커피에서 만났던 지인이 카페를 오픈했다. 이제 막 한 달이 넘어간 카페에 놀러 갔다. 약 두 시간에 걸쳐서 도착한 카페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참 다행이면서도 어디에 앉아야 할지 몰라서 당황했다. 사장님이 비어있는 바 쪽 자리를 권해서 그곳에 앉아 커피를 기다렸다.


고소한 맛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에도 연한 산미가 느껴졌다. 커피를 마시면서 매장을 둘러봤다. 주황색과 우드톤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천장이 낮은 안쪽에는 오히려 나무를 한층 덧대서 더 아늑한 느낌이다. 심지어 조명도 살짝 어두워서 분위기 있게 이야기하기 좋아 보였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말이다. 나는 혼자 가서 사장님이 말동무를 해주셨다.


'고라니'가 우크라이나어로 쓰여있는 스티커, 바에 진열되어있는 카시오 브랜드의 시계들, 벽에 걸려있는 LP판. 전부 사장님과 연관되어 있었다. 선물로 내가 열심히 볶은 싱글 오리진 원두를 전해드리고 이것저것 물어봤다. 사장님은 두 달째 근무 중이라면서 방금 설거지하면서 10분만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SNS를 통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고. 문제는 너무 바쁜 나머지 핸드 드립을 하기 위해서 사놓은 비싼 그라인더가 장식품이 되어버린 것 정도? 로스팅도 하고 싶지만 바빠서 못할 것 같다고 하셨다. 스콘도 직접 만들고 커피도 직접 내리다 보니 정신없이 일하신다고.


함께 이야기를 하다가도 손님이 오면 다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달려가는 사장님. 그래도 손님이 없어서 계속 이야기하는 것보단 이 편이 훨씬 좋아 보였다.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카페에서 친구, 가족, 연인들이 가게를 들락거렸다. 나는 내가 카페를 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나도 이렇게 바쁘게 지냈을까, 아니면 너무나 한가하게 지내면서 열심히 홍보하러 다녔을까. 이내, 생각을 털어버리고 사장님께 인사를 드렸다. 다음에도 또 놀러 간다고.


아직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커피의 맛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제 슬슬 다양한 음료를 선 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시그니쳐 음료가 나오면 다시 놀러 가볼 계획이다. 머나먼 길을 함께 다녀올 사람도 좀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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