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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Sep 09. 2022

스필버그의 시각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가상현실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대회를 중점으로 흘러간다. 게임 제작자가 죽으면서 '오아시스' 게임의 소유권을 걸고 벌인 대회. 주인공은 당연히 대회에 참가해서 우승한다. 그리고 우승한 뒤, 일정 요일에 게임하는 걸 금지해버린다.


영화는 소설 원작이 따로 있다. 그렇기에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보인다. 어설픈 러브라인이나 이모의 죽음에 대해선 아쉬울 따름이다. 그러나 결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스필버그는 영화뿐만 아니라 게임도 제작했다. 그가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꽤 부정적이다.


가상현실 '오아시스'에서 게임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는 세계다. 주식 시장이 그토록 열광하는 진정한 '메타버스'이자 'Play To Earn(P2E)'이 가능한 세계. 그렇기에 사람들은 현실보다 게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런 요소를 영화 내내 보여주면서 게임에 매몰돼버린 인생을 묘사한다.


누군가는 게임 속에서 죽었다고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리려 한다. 어떤 어머니는 집에 불이 났다고 알려주는 아이를 방해하지 말라고 밀친다. 빈민가에서 사는 사람들은 전부 가상현실 기기에 접속해있다. 좁은 공간에서 몸을 이리저리 흔드는 모습은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대기업은 빚쟁이들의 채권을 인수해서 게임 속에 가둬놓고 앵벌이를 시킨다.


스필버그는 그런 모습을 싫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시각이 영화의 결말에도 반영된 건 아닐까. 사람은 현실에서 살아야 한다. 가상현실에 매몰되어 현실을 등한시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 같다. 나도 게임을 좋아한다. 문제는 게임이 주는 자극이 현실보다 강력하다는 점이다. 더 쉽고 빠르게 느낄 수 있는 자극이 사람을 몰입하게 한다. 그만큼 빠져나오기 힘들다. 가상현실이 정말 나온다면 나도 폐인처럼 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러나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자마자 그녀에게 했던 말은 '현실에서 만났으면 좋겠다'였다. 아무리 가상현실 게임을 좋아하던 사람도 현실을 발판 삼아 살아간다. 꿈은 언젠가 깨기 마련이니까. 스필버그는 가상현실에 미쳐있는 세상에서 현실을 살라고 말한다. 제작자이기에 더 하고 싶은 말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창작물을 즐기는 게 아니라 목매는 사람을 본다면 너무나도 슬플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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