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이름이 헷갈린다. 케이블 베이글이라던가 케이글이라던가. 하여튼 '캐비넷 베이글'은 중세 시대 같은 느낌이 살짝 나는 카페다. 베이글을 중심으로 메뉴가 구성되어 있어서 브런치로 즐기기에도 좋은 곳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베이글을 주문했다. 달달한 베이글도 많았지만 이번엔 샌드위치 같은 베이글을 주문했다. 애플 루꼴라와 잠봉뵈르로 기억한다. 마치 수제 햄버거처럼 볼 때는 탐스럽고 먹음직스럽지만 사실 먹기는 힘들다. 해체해서 각자 따로 먹던가, 턱 관절을 한번 이완시켜주고 베어물어야 한다. 맛은 있다. 크림 치즈가 듬뿍 들어가서 살짝 느끼할수도 있다.
의외로 상큼한 사과와 루꼴라가 잘 어울렸다. 애플 루꼴라는 베이글에 시나몬이 살짝 포함되어 있는지 호불호가 갈릴수도 있을 듯 하다. 반대로 잠봉뵈르 베이글은 느끼한 걸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둘 다 크림 치즈가 깔려있어서 할라피뇨를 곁들여 먹는게 좋았다. 입 안을 깔끔하게 만들어주는덴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좋은게 없었다.
이곳의 커피는 은근한 산미가 깔려있는 고소한 맛이다. 달달한 베이글과도 치즈가 들어가서 느끼할수도 있는 베이글과도 잘 어울린다. 커피 맛이 적절하게 균형 잡힌 느낌이다. 처음의 커피 맛은 산미가 부각됬다면 베이글을 먹고 나서 마시는 커피에는 고소하면서 쌉사름한 맛이 강조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담겨진 잔은 독특한 모양이다. 마치 중세 시대의 선술집에 가면 맥주를 따라줄 것 처럼 생겼다. 아래는 넓고 주둥이는 살짝 들어가다가 다시 튀어나오는 모양. 거기에 로고가 새겨져있는데 밀가루 포대를 들고가는 여우 인간처럼 보인다. 마녀가 쓸 법한 고깔 모자를 쓴 여우. 참 독특한 잔과 로고다.
카페에 창가 자리에 앉았더니 바로 앞에 포토 존 같은 테이블이 있었다. 베이글과 커피를 먹는 내내, 창가 너머에서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외관부터 내부까지 확실히 정감 가는 예쁜 공간이다. 베이글도 맛있고. 이 건물의 1층을 제외한 윗 부분은 허름했다. 고시원으로 운영되다가 망한 듯 싶었다.
다양한 베이글이 놓여있다. 다음번엔 크림 브륄레 베이글 같은 달달한 녀석을 먹어보고 싶다. 내 뱃살이 허락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