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커피견문록
한참을 걸었더니 더웠다. 홍콩의 11월 초는 한국의 초가을 같았다. 해가 쨍쨍하면서도 습도가 높은 편이라 찐득거리고 더웠다. 길은 좁고 사람은 많아서 더 피곤했다. 시원한 커피가 땡겼다. 근처에 괜찮은 카페를 찾아봤고 제로 원 커피라는 곳을 찾아갔다. 홍콩의 로스터리는 어떨까 궁금했다. 도착한 곳은 아주 작은 공간에 우겨넣은 카페였다. 앉아서 마실 자리는 ㄴ자로 만들어진 나무 의자 구석이 전부였다. 다른 곳을 갈까 싶어서 나왔는데 반대편에 커핑룸이 보였다. 나도 자세히는 모르는 곳이다. 그저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서 2등한 사람이 일하는 곳이라고만 알고 있다.
커핑 룸 센트럴점은 2층으로 되어있다. 1층은 아주 적은 바 테이블과 일자로 되어있는 의자만 있다. 디저트류와 에스프레소 머신, 그리고 안쪽엔 주방이 보였다. 2층으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는데 사람들이 파스타를 먹고 있었다. 심지어 꽤 근사해보이는 파스타를. 밑으로 내려가서 주문을 했다. 카페 모카와 아이스 필터 커피를 주문했다. 필터 커피는 하우스 블렌드로 기억한다. 주문을 받던 바리스타는 마시고 가는지 물어봤는데 1층에만 앉을수있다고 했다. 12시부터 1시 30분까지는 식사류를 주문한 사람들만 2층에 앉을수있다고. 그래서 짐을 챙겨 다시 내려와서 의자만 있는 곳에 앉았다. 그 짧은 사이, 음료 두 잔이 나왔다. 필터 커피는 스타벅스처럼 드립 머신으로 내리는 듯 싶었다. 안쪽에 스타벅스와 비슷한 브루잉 머신이 보였다.
드립 커피의 맛은 꽤 괜찮았다. 상큼하면서도 벨런스가 잡힌 커피다. 천천히 음료를 마시면서 원두를 둘러봤다. 원두 종류가 많진 않았다. 드립백 4종류와 원두 4종류, 그리고 밑에는 캡슐 커피가 가득했다. 역시 최근에는 캡슐 커피에 진출하는 스페셜티 커피 업계가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커피 리브레, 프릳츠, 모모스도 캡슐 커피를 판매하는 것 처럼.
르완다 내추럴 커피를 하나 샀다. 200g에 140$이니 약 23,800원. 꽤 비싼 편이다. 근데 다른 원두는 더 비싼 녀석들만 있었다. 무산소 발효나 게이샤 같은 커피들. 가장 만만한 가격대의 커피가 르완다라서 어쩔수없었다. 르완다는 나중에 따로 후기를 올릴 예정이다. 나도 예전에 르완다 부산제 커피를 볶아본 적 있다. 커피 리브레에서 수입한 생두인데 복숭아 같은 풍미가 좋은 커피로 기억한다. 그래서 르완다에 대한 인상이 좋았던 점도 구매하는 이유에 한 몫했다.
홍콩의 카페는 테이블이 들어갈 자리만 있다면 요리를 판다. 정확히는 브런치에 가까울지도. 프렌치 토스트, 스크럼블에그, 수란을 올린 파스타 등. 카페에서는 당연히 진한 커피 향이 풍겨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는 커피 보단 음식 냄새가 많이 나는 편이다. 홍콩의 카페는 차찬탱이라고 하는 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