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커피 여행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간다고, 나는 스타벅스를 지나치지 못했다. 예전에 스타벅스에서 일했던 경험 때문이다. 한국 스타벅스와는 뭐가 얼마나 다를까 싶은 생각에 눈에 자주 밟히던 초록색 사이렌 로고 밑을 지나 문을 열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어딜 가나 같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같은 동선을 유지한다. 바로 마실 수 있는 병음료(RTD), 샌드위치, 케이크가 진열된 푸드 쇼케이스, 그리고 바로 뜯어서 먹을 수 있는 봉투에 든 스낵(그랩&고)을 지나면 주문을 받는 포스기가 있다. 그다음엔 에스프레소 머신을 지나 커피를 건네주는 핸드오프 테이블. 그 뒤에는 커피를 기다리면서 볼 수 있는 MD 진열장. 홍콩의 스타벅스도 유사했다. 그러나 내가 방문한 곳은 살짝 달랐다. 리저브 매장도 아닌데 바가 하나 더 있었다. 게다가 포스와 커피 머신이 동떨어져 있었다.
그 이유는 이 매장이 커피 교육을 겸하는 공간이라서 그런 듯 싶다. 화장실을 가려고 올라가 보니 트레이닝 시설이 보였다. 아무래도 교육을 위해서 바를 따로 만들어둔 듯싶다.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는 역시 고소하면서 쓴 맛이 느껴졌다. 역시 어딜 가나 비슷한 맛이다. 샌드위치를 주문하면서 케이크도 먹을까 고민했지만 참았다. 홍콩 스타벅스는 한국보다 살짝 비쌌다.
신기하게 밤이 들어간 종류가 많이 보였다. 내가 방문한 시즌이 밤이 제철이었나. 사실 제일 궁금한 건 초콜릿 에그타르트였다. 홍콩 스타벅스 에그타르트는 홍콩식일까 포르투갈식일까. 홍콩의 에그타르트는 살짝 푸딩 같은 느낌의 식감과 함께 부드럽게 으깨지는 타르트다. 반대로 포르투갈 에그타르트는 크림 같은 속과 바삭한 페스츄리다. 둘 다 먹어보니 역시 나는 포르투갈식이 더 입에 맞다. 구분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노란 계란 부분에 캐러멜 소시가 살짝 들어가 검게 구워졌는 지다. 검게 구웠으면 포르투갈식, 그냥 노랗게 보이면 홍콩식이다. 여기 스타벅스는 역시 홍콩이라 그런지 홍콩식에 가까웠다. 개인적으로 초콜릿과 홍콩식 에그타르트는 잘 안 어울릴 것 같아서 패스했다.
어딜 가나 비슷한 분위기를 주는 스타벅스. 만약 카페를 차린다면 스타벅스를 경쟁자로 이겨낼 수 있을까. 사실 스타벅스를 이길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목표로 한 카페는 스타벅스와 다른 포지션을 취해야 한다. 만약 스타벅스와 동일한 포지션이라면 그냥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게 더 성공확률이 높지 않을까. 역마다 최소 1개, 많게는 5개까지 있는 스타벅스는 개인이 이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니까.
스타벅스 근처에서 넘쳐흐른 손님을 주워 담는 걸로도 충분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렇게 시작한 프랜차이즈 카페도 있으니까. 그런 곳이 어디 있을까. 그러면서 내 수중에 있는 자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긴 할까. 열심히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