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바를 시작한 지, 약 한 달이 다될 때쯤이었다. 그 당시에는 밸런타인 행사로 인해서 초코와플과 딸기 와플이 격주로 나오고 있었다. 이 날은 초코와플만 나오는 날이었다. 또한 이벤트 때문에 진열대 위에 기다란 홍보 패널이 있어서 손님과 의사소통하기가 상당히 귀찮았다. 더군다나 독특한 스무디 종류의 음료도 있어서 만들기가 까다로웠고, 귀찮기도 했다.
그 날은 신입 남자 알바가 한 명 더 들어왔었다. 알바 2일 차던 그는 나름 일처리가 빠른 편이었다. 그에게 캐셔업무를 맡기고 빵을 포장하던 중, 손님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백화점 영화관 덕분인지, 아니면 식당에서 식사를 하시고 후식을 찾으시는 건지는 모르지만, 커피와 빵을 동시에 주문하시는 분이 많았다.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나는 빠르게 빵을 포장하고 있었다. 포장을 하고 캐셔 쪽 테이블에 빵을 옮겨 놓던 중, 어떤 분홍색 모자를 쓰신, 통통한 여성분이 말을 걸었다.
"이건 아메리카노 할인 안돼요?"
밸런타인 홍보 패널을 가리키면서 그 여성 고객님이 말을 거셨다. 계산을 기다리는 도중이라서 그런지 신경질적이었다. 문제의 시작은 '이건' 이였다. 패널은 손님들 쪽으로 향해있어서 나는 새하얀 뒤편밖에 안보였다.
"네? 어떤 제품이요?"
"이거요. 이거. "
나는 패널을 확인해서 물어봤다.
"초코 와플 말씀하시는 거세요?"
"아니, 그거 말고. 이거!"
"아, 딸기 와플이요. 여기 있는 와플 제품은 아메리카노 할인이 안되고요. 저기 입간판에 적혀있는 대로 디저트와 샌드위치 종류만 아메리카노 할인이 되세요."
"아, 네."
거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여성 고객님이 약간 신경질적인 것만 빼면 말이다.
신입 알바가 주문을 받자 그녀가 말했다.
"딸기 와플 하나랑 아메리카노 먹고 갈게요."
"오늘은 딸기 와플이 안 나왔는데요?"
캐셔를 보던 아르바이트생은 빵 진열대를 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분홍색 모자의 고객님은 불같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니, 이봐요! 왜 말을 안 해줘요?"
디저트를 포장하는 박스를 접어서 테이프를 붙이고 있던 나는 어리둥절했다.
"네?"
그러자 여성 고객님은 기세 등등하게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니! 왜! 말을 안했냐고요!!"
"네??"
앞 뒤를 잘라먹고 나에게 분홍 모자 고객님이 소리를 지르자, 나는 내가 뭘 잘못했길래 저 사람이 나에게 소리를 치나 싶었다. 내가 잘못 알아듣자, 같이 있던 고객님도 따라서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니, 딸기 와플이 없으면 없다고 말을 해야지, 왜 말을 안했냐고!"
'빵은 진열되어 있는 걸 보고 고객님이 고르시는 건데요? 무슨 개소리세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꾸욱 꾸욱 눌러 담고 말했다.
"아, 네에......"
"참나, 별꼴이야, 정말! 쟤 신입이에요?"
'아니, 거기 주문받는 사람이 신입인데요.'라는 말도 꿀꺽 삼키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과연, 사과를 해야 하나?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딸기 와플이 없는 걸 말씀을 안 드렸네요. 고객님이 아메리카노 할인에 대해서만 물어보셔서 그건 상관없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말 대신 쌍욕이 튀어나올 것 같아서 입을 꾹 담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고객님은 결제를 하면서 구시렁구시렁거리었고, 나는 조용히 포장지를 접고 있었다.
영화관에서 일을 하던 친구가 해준 말이 생각났다.
"서비스 업은 쉽게 '죄송'해야 해. 그냥 죄송합니다,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왜 그걸 못하는지 모르겠어."
'친구야, 이렇게 억울한 일도, 내가 죄송해야 하는 일에도 죄송해야 서비스 업을 할 수 있는 거라면 나는 서비스 업과 맞지 않는 것 같다. 죄송하지 않은 일에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건, 시급 6,470원에 어울리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친구야.'
나는 그저 묵묵히 일 했다. 마음속에는 불만이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왜 저 사람에게 욕을 먹어야 하는지 몰랐으니까 말이다. 사건이 일단락된 이유, 뒤에서 열심히 커피를 만들고 있던 여 알바가 말했다.
"역시 백화점이 진상이 많다니까요. 이상한 사람이야, 정말. 에휴."
나는 욕이 나오는 걸 꾹 참고 말했다.
"뭐, 오늘 기분 나쁜 일이 있었나 보죠. 그걸 풀고 싶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