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B 베이커리는 백화점 지하 1층에 있다. '백화점'은 세련되고 깔끔한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을 유지하는 곳 아닌가. 적어도 내가 알던 백화점은 그랬다. 그런데 내가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시장처럼 에누리하고, 덤을 달라고 요구하는 손님이 생각보다 많이 만났다. 그게 너무나 이상했다.
전에 있던 알바생이 말했다.
"백화점이라서 그런지, 진상 손님이 생각보다 많아요. 개인적인 생각에는 '돈을 쓰는 소비 자니까 너네가 알아서 모셔라.' 같은 느낌이랄까. 근데 그것보다 더 신기한 건 백화점인데 막 깎아달라고 하거나, 두 개 사고 하나 더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 거예요. 지난번에 어떤 아줌마가 크루아상을 3개 사면서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 나는 집에 애도 두 명이나 있고, 백화점도 자주 온다, 그러니까 애들 먹이게 저 미니 빵 좀 더 달라.
그래서 안된다고 말씀드렸더니, 막 화내면서 돌아가시더니 우리 점장님에게 전화 왔어요. 백화점에 컴플레인을 넣었더라고요. 내용은 불친절하다고, 손님 무시한다고. 와, 그때는 진짜 화나서 때려치우고 싶더라고요, 물론 점장님에게는 이 내용에 대해서 전달해드려서 별말 없었지만요. 세상에 이상한 사람이 참 많다는 걸 그때 처음 느꼈어요."
이 이야기를 들을 때 만해도 나는 '설마 그렇게 이상한 사람들이 많겠어?'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상한 사람들을 참 많이도 만났다.
"뿔레, 8,500원입니다, 고객님."
"아니, 나 지금 8,000원 밖에 없는데. 깎아줘요."
"네? 아, 저희가 마음대로 가격을 조정할 수가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아니, 그럼 내가 요 앞에 사는데 내일 가져다줄게. 지금은 그냥 8,000원에 줘. 내가 여기 단골이라니까!"
돈이 없으시다면서 깎아달라고 하시던 손님이 있는가 하면,
"에이, 어차피 이거 시간 지나면 다 버릴 건데, 우리 좀 더 주면 안 돼요? 하나만 더 줘요!"
마감 할인하는데 빵을 하나 더 달라고 조르면서 하나 더 안 주면 안 산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시던 손님,
"아니, 샌드위치가 2개에 만원이라면서 왜 하나 살 때는 20%밖에 할인 안 해줘요? 하나만 5,000원에 줘요."
마감 할인 때 마음대로 값을 정해주시려는 손님까지.
이곳은 '백화점'이고, 나는 '아르바이트생'이다. 내가 함부로 가격이나 할인율에 대해서 조정할 권한이 없다. 게다가 마감 할인 때 빵이 남으면 전부 알바생들이 집에 갈 수 도있다. 고객님이 굳이 안 사도 상관이 없는 게 알바인데, 그런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하시는 손님도 있다.
"아니, 생각을 해봐요. 어차피 남으면 버릴 거고, 버리면 손해일 텐데 그럴 바에는 싸게 파는 게 더 좋잖아요. 아니에요?"
네, 아닙니다, 고객님. 마감 할인을 크게 하면 손님들이 제값 주고 빵을 안 사겠죠. 왜 굳이 빵을 일찍 와서 비싼 돈 주고 사겠어요. 어차피 몇 시간 되면 값이 뚝 떨어질 텐데.
그리고 남으면 우리가 가져갈 수 있어서 굳이 몇 개 남은 거 못 팔면 우린 더 좋죠. 매장 매출은 제가 크게 신경 안 써도 되는 부분이니까요. 그렇게 말씀하신다고 알바생들이 '어이구, 그럼요, 고객님이 왕이시죠. 이거 전부 다 단돈 천 원에 가져가 주십시오.'하고 줄 거라고 생각하세요?
정작 이렇게 말씀드리면 우리 매장에 컴플레인이 걸려오거나 싸워야하니, 그저 웃으며 말씀드린다.
"저희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백화점에서 값을 더 못깎아줘서, 덤으로 빵을 몇개 못끼워준다는 것이, 참 죄스럽고 송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