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던 백화점은 지하 1층이다. 식품코너를 비롯해서 각종 의약품과 건강 보조식품도 팔고 있다. 그중에서 약을 파시는 약사님들이 많은 편, 참 약을 잘 파시는 분들도 있다.
백화점 폐점 시, 빵이 남으면 주변 매장의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한다. 9시에 백화점이 폐점하게 되면 우리는 청소와 뒷정리를 시작한다. 여기서 짜증 나는 일이 생긴다. 신기하게도 유독 약사님들, 아주머니들이 유난히 빵에 집착하신다. 우리가 열심히 뒷정리를 하고 있으면 슬그머니 다가와서는,
"이 빵 좀 나 주면 안 돼?"
우리의 마감 순서는 이렇다. 진열대의 불을 끄고, 테이블과 좌석을 밀고 청소를 한다. 그리고 마감 정산을 하면서 사진을 찍어서 점장님께 보낸다. 그러고 나서 남는 빵을 챙겨가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드린다. 그런데, 약사분들은 치울 게 없어서 그런지, 우리가 진열대에서 불을 끄기도 전에 오시거나, 청소하던 중에 오셔서 빵을 달라고 조른다.
"아니, 저걸로 주면 안 돼?"
심지어 이렇게 '요구'까지 하신다. 정작 빵을 사 먹느냐, 그건 아니다. 내가 일하는 동안 딱 1번을 봤다. 그다음에 구매하러 오셨을 때는 정말 어처구니없게 사려고 하셨다.
그 날은 여느 때처럼, 마감 할인을 하던 날이었다. 이번에는 다른 알바와 일을 하고 있었다. 손님이 없어서 한적했을 무렵, 어떤 약사분이 오시더니 말했다.
"이거 세일하지? 샌드위치 두 개에 만원."
"네, 마감 할인하고 있습니다. 샌드위치, 타틀렛은 두 개에 만원이고, 빵도 한 상자에 만원이에요."
다른 알바가 앞에서 이야기를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뒤에서 잠자코 접시를 닦고 있었다.
"이거 어차피 남으면 버릴 거잖아? 두 개 살 건데 샌드위치 하나 더 넣어줘."
'무슨 개소리를 하시는 건지, 참.......'
나는 또 진상 손님이구나 하면서 접시를 두고 진열대 앞으로 갔다. 같이 일하던 알바가 나보다 짧게 일해서 이런 일은 보통 내가 이야기를 했었다.
"저희가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사항이라서요. 죄송합니다."
"아니, 내가 너네 점장이랑 이야기해놨어. 하나 그냥 더 주면 돼."
"저희는 점장님에게 들은 말 없는데요."
"내가 이야기해놨다니까 그러네. 그냥 달라니까."
"그럼 저희 점장님이 오셨을 때 오셔서 말씀을 하셔야죠. 저희는 전달받은 게 없어서 함부로 할 수가 없어요."
나도 슬슬 짜증이 났기 때문에 언성이 높아지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결국, 그 약사분은 다시 자기네 매장으로 씩씩거리면서 돌아갔다.
"저런 분들이 많아요?"
옆에 있던 알바가 한숨 쉬면서 물어봤다.
"종종 있어요. 개념에 밥 말 아드 신 분들."
그러자, 옆에서 다시 약사분이 스마트 폰을 들고 와서는 이렇게 말을 했다.
"점장 번호 줘봐. 내가 점장에게 하나 달라고 이야기할게. 그럼 되지?"
"네? 이미 점장님에게는 말씀하셨다면서요?"
생각에는 이 사람이 점장님과 미리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점장님의 성격 상, 이런 일이 있으면 미리 이야기를 하거나 카톡방에 올려놓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화해서 달라고 하신다는 건, 점장님과 이야기를 해놨다고 '거짓말'한 것을 시인한 게 아닌가?
"글쎄, 번호 달라니까."
나는 번호를 알려드리면서 바로 문자를 보냈다.
- 어떤 약사분이 샌드위치 2개 사면서 하나 더 달라고 하시네요. 마감까지는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
"아니, 김 점장, 내가 샌드위치를 사면서......."
한참을 통화를 하던 약사 아주머니는 다시 자신의 매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폐점할 때쯤, 카톡방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 앞으로 마감 시, 다른 매장 아주머니에게 빵 나눠주지 말고 다 폐기하세요. 저런 사람들은 신경 쓸 가치가 없습니다. 앞으로 저런 일이 생기면 서비스는 크루아상 빼고는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리세요.
덕분에 우리의 마감 정리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그 뒤로도 마감할 때, 빵을 달라고 조르시는 분들은 바로 약사 아주머니였다. 어떤 아주머니는 진열대 위에 있던 빵을 하나 들고 도망치신 적도 있었다. 마감 정리도 해야 하고 그래서 나는 그냥 점장님께 보고 드렸다. 나는 분명 안된다고 했는데, 아주머니가 되지도 않는 애교 부리시면서 크루아상 식빵을 하나 들고 도망가셨다고, '훔쳐'가셨다고 말이다.
우리는 좋은 마음으로 남은 빵을 드렸을 뿐이다. 그런데 그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영화, '부당거래'에서 류승범이 한 말이 떠오른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