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리 매장에서, 그리고 점장님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호칭'이었다. 상호 존칭은 물론, 서로에게 '~님'이라고 부른다. '~님'이라고 하면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적응이 되면 상대방을 위하는 느낌이 들어서 어감이 좋다. 직원과 알바 사이에서도 늘 상호 존칭을 하면서 서로를 높여준다. 점장이라고 막말하는 것 없이 말이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우리끼리 존칭을 쓴다 하더라도, 알바생들을, 직원들을 부르는 손님들은 참 다양하게 우리들을 부르신다. 가장 많이 듣는 단어는 역시 이런 단어다.
"저기요!"
"여기요!"
이런 외침은 보통 내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 특히 뒤돌아서 커피를 내리고 있을 때 사용하는데, 신기하게도 혼자 있을 때 많이 사용하신다. 내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면 더더욱 많이 부르신다.
"잠시만요, 먼저 이 주문 처리하고 도와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주문이 밀리게 되면 후방 홀에서 디저트를 만들고 있는 파티시에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급적이면 혼자서 처리하려고 노력하는데, 뒤에서도 꽤나 바쁘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자주 듣는 단어는 바로 '아저씨'다. 슬프게도, 군입대를 기점으로 아저씨란 단어가 나에게 친근해지기 시작했다. 군대에서 신병 위로 휴가를 나왔을 때, 버스 터미널에서 나를 본 아기가 '군인 아저씨다!'라고 외친 이후, 정말 꾸준히도 들었다. 보통, 젊은 아주머니분들이 이렇게 부르곤 하는데 때때로는 내가 많이 삭았나, 싶기도 하다.
아주 가끔씩, 그냥 진열대를 똑똑똑 노크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특히 카드를 꺼내 들어서 톡톡 치시면서 말한다.
"초코 크루아상 2개 포장이요."
"네, 계산은 오른쪽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캐셔가 분명히 있는데, 돈이나 카드를 진열대 위에 던져두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가 알바를 하면서 가장 당황스러운 호칭은 바로 '오빠'였다. 단어는 좋다. 그러나 그렇게 불러주신 분이 바로 70대 정도로 보이시는 할머님이었다.
여느 때처럼, 에스프레소 샷을 두 개 넣고 진동벨 8번을 눌러서 손님에게 커피를 한잔 드렸다. 할머님은 두 분이었는데 커피는 하나 시키셨고, 빵도 하나 시키셨다. 주로 크루아상 세트(크루아상 + 아메리카노)로 주문하는 게 보통이었다.
할머니 두 분은 에스프레소 머신 바로 옆에 있는 좌석에 앉으셨다. 그 자리는 전방 홀이 훤히 보이는 자리였는데, 단골손님들은 진동벨을 받지 않고 그 자리로 커피를 가져다주시는 걸 좋아하셨다. 카페의 특성상, 가져다주는 일이 없지만, 머신 옆 좌석은 홀에서 손만 뻗으면 닿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나는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필터 포트에 있는 커피 찌꺼기를 털어내고 헹구고 있었다. 그때, 옆에서 충격적인 소리가 들렸다. 늙그수레한 목소리로 할머니가 테이블을 톡톡 치면서 말했다.
"저기, 젊은 오빠, 나 컵 하나만 더 주면 안 될까?"
"네? 네??"
그렇게 '오빠'라는 호칭에 같이 오신 할머니분이 깔깔깔 웃으면서 말했다.
"얘, 오빠가 뭐니, 오빠가. "
"아니, 아저씨라고 하기엔 젊고, 학생이라고 하기에는 아닌 것 같잖아. 그러니까 그냥 오빠 하지, 뭐."
'오빠'라는 단어가 이렇게도 충격적인 단어라는 것을 이때 처음 느꼈다. 그 뒤로 할머니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오빠'라고 몇 번 부르시더니, 커피 한잔을 종이컵으로 나눠 드시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그분 덕분에 어떤 단어라도 말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