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베이커리 카페-폐점 준비

by 글도둑

폐점 준비가 시작됬다. 나는 한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서 점장님이 혼자서 재고조사와 박스 포장하는 것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점장님과 직원들 사이, 관계가 그리 좋진 않았다. 우선 직원들 중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은 여성 파티쉐가 한분 있다. 점장님보다 나이가 한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녀는 짧은 노랑 머리에 손에는 십자가 타투가 있었다. 상당히 쎄보이는 누님이셨는데, 대화를 해보면 그리 거친 사람은 아니였다. 그러나 점장님 입장에서는 그분이 분위기를 망치는 주범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점장님과 친하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편하게 일했는데 그걸 밑에 있는 직원들이 보고 배우면서 그녀를 중심으로 뭉치게 되었고 점장님의 권위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덕분에 점장님은 직원들에게 강제로 창고 재고조사와 포장을 시키기가 어려웠고 혼자서 하게 된 것이다.


"정말 미안한데, 이것 좀 도와줄수있어요?"


점장님은 오전에 빵을 다 만들고 나서 오후에는 나와 함께 창고로 내려가서 안쓰는 재고들을 포장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썼지만 지금은 안쓰는 샐러드 용기, 크리스마스 장식, 발렌타인 장식들이 한가득 있었고, 케이크 상자도 몇 박스씩 있었다. 나는 하루에 2시간, 많게는 3시간 씩 포장과 재고 조사를 도왔다.


전방 홀에는 다른 알바생이 일을 하고 있었고, 나는 마감 할인 때만 올라가서 마감할인만 했다. 에스프레소를 뽑고 샌드위치를 포장하던 손에 박스 테이프와 커터 칼이 들린지 일주일이 넘었을 무렵, 일이 터졌다.


여느 때처럼 출근해서 후방 홀에 인사를 하는데 분위기가 싸 했다. 후방에는 점장님과 그 쎄보이는 누나만 있었는데 분위기가 한바탕 싸운 것 같았다. 전방 홀에서 일하고 있는 알바생에게 물었다.


"혹시 뒤에 또 싸웠어요?"


"그런 것 같네요. 오늘 조심해야겠어요."


나는 싱크대에서 접시를 정리할 때 힐긋 후방 홀을 보았다. 노란 머리는 없었고 점장님만 홀로 남아서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었다. 훌쩍이면서 말이다. 그렇게 한참이나 일을 하던 중, 점장님이 살짝 부은 눈으로 전방 홀 바로 옆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하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만 타줘요."


그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타서 매장을 벗어났다. 한참 뒤에 돌아온 그녀에게는 짙은 담배 냄새와 함께 피곤함이 덕지 덕지 뭍어있었다.


"진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본사는 본사대로 신경 안쓰고 직원이라는 사람들은 점장 말 귓등으로도 안듣고 재고 조사는 혼자 다 해서 본사에 보내줘야되고 직원들 다른 매장으로 이동하는 건 본사에서 연락도 없고. 이놈의 회사에 정이 떨어져서 안되겠어요. 저도 이번달까지 근무하고 퇴사하기로 했는데 퇴직금이나 실업급여도 지급해줄지 모르겠네요. 전에 퇴사한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근 1년 동안 못받다가 노동부에 신고해서 받았다는데......"


"퇴직금은 보름내로 지급하는게 원칙인데요. 회사가 쓰레기는 맞네요. 본사에서 매장이 폐점하면 신경도 써주고 와서 격려도 해주고 특히 직원들 다른 매장으로 발령은 미리 해놔야하는데."


나는 그렇게 한시간 넘게 점장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 오늘 오븐을 걔가 보기로 했는데 그럼 적어도 7시까지는 와야되거든요? 전화도 해서 깨워주기까지 해놓고는 지가 늦잠자고 와서 하는 말이 뭔줄 알아요? 일에 순서를 모르냐고, 왜 오븐 안보냐고 난리를 치는거에요. 아침부터 빡치게. 아니, 어제부터 지가 오븐 본다고 오븐하고 와서 샌드위치 도와줄테니까 그렇게 하라고 했으면서. 그리고 다른 디저트는 저보고 혼자 다하라는 거잖아요. 친한 것도 좋고 나이 많은 것도 좋은데, 죄다 지멋대로에요. 그러니까 밑에 있는 애들도 점장 무시하고 그러지. 그리고........또.........지난번엔..........."


이야기는 정말 길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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