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휴게소-환경 미화원

by 글도둑

알바를 하기로 마음먹고서 온갖 종류의 일을 다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베이커리 카페가 폐점하자, 바로 다른 일을 구했다. 일급이 9만 원이라서, 단기 알바라서, 경험 삼아 지원한 아르바이트는 '휴게소 환경미화원'이었다.


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 근무하는 시간은 오전 8시 20분부터 오후 8시 20분이었다. 일의 특성상, 어렵지는 않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하기 싫을 수도 있다고 했다. 물론, 나는 전혀 상관없었다. 오히려 한번 해보고 싶었다. 휴게소에서 환경 미화원을 해볼 기회가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있을까.


휴게소에서 일하는 첫날, 작업 반장의 전화번호만 가지고 휴게소로 찾아갔다. 첫날이라 길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으면서 걸었다. 휴게소를 도보로 걸어가야 했는데 생각보다 찾기 쉬웠다. 휴게소 근처는 고등학교와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학생은 하나도 안보였다.


KakaoTalk_20170705_182551042.jpg <휴게소 가는 길>


휴게소로 걸어가는 길이 있다니. 신기했다. 늘 고속도로를 통해서만 들어갔었는데. 휴게소로 가는 길은 중학교 하나, 고등학교 하나를 지나야 했다. 학교를 지나가서 아파트 단지로 가면 계단이 하나 있었다. 나무 계단으로 올라가니 셀프 주유소와 함께 무인 세차장이 보였다. 그리고 펼쳐진 휴게소의 모습.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모습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걸어서 올라온 휴게소는 꽤나 조용했다. 아직 아침이라서 그런 걸까.


휴게소는 역시나 다양한 음식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묵, 떡볶이, 가래떡, 핫바, 핫도그, 델리만쥬, 미니 피자, 호두과자. 아침은 늘 음식을 준비하느라 바빴고 맛있는 냄새가 천천히 퍼졌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서 허둥거렸다. 반장님께 전화를 걸자, 화장실 쪽으로 쭉 올라오라고 하셨다. 약간 헤매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아저씨가 보였다. 그의 손짓을 따라서 가보니 휴게소와는 약간 다른 건물이 한채 더 있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하얀 바탕에 검은 글씨로 쓰인 문패를 밀고 들어가자 큰 분리수거장이 보였다. 나는 그 안으로 인사를 하면서 들어갔다. 하루 12시간, 그리고 2주 동안 일할 장소였다. 옷은 준다고 했으니 나는 튼실한 몸뚱이만 제대로 챙기면 됐다. 날씨가 약간 흐려서 다행이었다. 햇빛을 많이 쬐면 안 그래도 까만 피부가 더 까매질 것 같았다. 선크림을 챙겨야지, 하고 생각했다.


안쪽 건물에는 쓰레기봉투를 뜯어서 분리수거를 한번 더 하고 있었다. 작은 방은 탈의실이었고 나는 그곳에서 옷과 모자, 그리고 형광색 조끼를 받았다. 모자에는 황금색 실로 수놓아진 글자가 있었다.


'관리'


내가 하는 일은 '쓰레기 통 비우기'였다. 하루 종일, 쓰레기 통만 비워주면 된다. 하루 12시간씩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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