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휴게소-일상

by 글도둑

휴게소 환경미화원의 일상은 이렇다. 주간 인원은 오전 8시 20분부터 오후 8시 20분까지 일한다. 한명은 하루 종일 주차장을 돌면서 빗자루로 쓰레기를 쓸어담는다. 한명은 하루종일 쓰레기 통을 돌면서 꽉 찬 쓰레기 봉투를 빼낸다. 한명은 화장실 청소만 한다. 한명은 건물을 닦고 또 닦는다. 한명은 일반 쓰레기 봉투를 까서 분리수가를 한번 더 한다. 일은 한달에 한번씩 돌아가면서 한다.


야간조는 오후 8시 20분부터 오전 8시 20분까지 한명이 당직을 선다. 밤에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꽤나 편해보였다. 시간만 때우면 되니까 말이다. 나는 쓰레기 통만 비우라고 했다. 아침에 도착하면 옷을 갈아입고 쓰레기 통을 비우기 시작한다. 쓰레기는 생각보다 천천히 쌓이고, 예상보다 빨리 꽉 찬다. 어쩔 때는 비우고 오면 또 차고, 어쩔 때는 한시간동안 그대로다. 손님은 예고없이 몰려오고 생각없이 쓰레기를 버린다.


아침은 꽤나 한가한 편이다. 아침에 있는 사람은 택배기사, 편의점 물류 기사, 냉동 트럭 기사정도. 그외 몇몇 있는 손님은 휴가를 내고 놀다가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이 전부다. 아침에는 쓰레기 통을 한번 비우고 30분 40분씩 앉아서 멍하니 있곤 한다. 그럴 때면 같이 일하는 아저씨들이 옆에 앉아서 하나, 둘씩 물어보기 시작한다.


나이는 몇이냐, 젊은데 이런 알바는 왜 하는거냐, 대학은 나왔냐, 무슨 과냐, 어디 다니냐, 일은 언제까지 하냐, 어디 사냐, 힘들지는 않냐, 아픈 곳은 없냐등등.


그럼 나는 천천히 대답한다. 나이는 24이구요, 돈 벌려고 알바구하는데 개인 사정으로 단기 알바를 찾고 있었습니다, 대학은 전문대 나왔구요, 조선해양공학과였습니다. 일은 이달 말까지 합니다. 집은 저기 역 근처에 살아요. 힘들지는 않은데 조금 지루하긴 하네요. 몸은 튼튼해서 막 부리셔도 됩니다.


회사에서 퇴사한 이야기와 꿈에 대해서는 말 안했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오래 일하는 곳도 아니였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5명의 아저씨들에게 돌아가면서 신상을 읇어주고 나야 도망칠수있었다. 주로 혼자 멍 때리면서 '앞으로 북카페를 어떻게 차려야하나'에 대해서 고민하거나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에 대해서 생각한다. 때로는 주식을 언제 사고 언제 팔지에 대해서도. 그 덕분에 일을 하면서 심심하진 않았다. 마치 군대에서 경계근무 서는 것처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점심에는 관광버스가 많이 온다. 빌어먹을 등산객들만 없으면 상당히 여유로운 편이다. 내가 일하는 휴게소에는 고속버스나 시외버스가 별로 다니지 않아서 워크샵, 대학생 셔틀버스만 종종 오는 편이다. 아니면 소풍가는 학생들이 잠깐 쉬어가거나. 이들은 다행히 쓰레기를 별로 버리지 않는다. 그래도 버스 한대가 지나가면 꽤나 많은 쓰레기가 나온다.


휴게소 2층에는 직원 숙소와 식당이 있다. 여기서 밥을 먹는데 간만에 식판을 받았다. 거제도에서 조선소 짬밥을 끊은지 6개월만에 식판이라니. 그래도 조선소 짬밥보다는 잘주는 듯 싶었다. 적어도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가져갈수있었다. 2층에서 밥을 먹고 내려오면 쓰레기 통이 항상 꽉 차있다. 식사 시간에는 늘 손님이 많아서 그런 듯 싶다.


문제는 저녁이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저녁시간에는 등산객들을 가득 태운 관광버스가 휴게소 줄줄이 들어온다. 우리 등산객 분들은 술에 거하게 취하신 채로 흡연 구역이 아닌 곳에서 담배를 피우시면서 쓰레기를 던지고 간다. 쏘주병을 몇 짝씩 쌓아놓고 사라지신다. 저녁을 먹고 나오면 쓰레기 통을 비우고 또 비운다. 비우고 돌아서면 다시 쓰레기 통이 꽉 차있는 산악회 & 야유회 매직.


8시쯤 야간 근무자가 올때면 평일에는 관광버스도 다 빠지고 퇴근 준비를 하면 된다. 그러나 주말에는 그때도 밀려오기 때문에 20분까지 열심히 쓰레기 봉투를 나른다. 일이 끝나고, 옷을 갈아입으면 옷에서 땀 냄새가 짙게 난다. 신발에는 얼룩덜룩, 이상한 물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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