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장 앞, 벤치에 앉으면 늘 이런 풍경이 보인다. 열린 문 틈으로 사람들이 살짝 보이고 오른쪽은 분리수거장, 왼쪽은 페트병, 폐지 수거장. 쓰레기 통을 한번 비우고 나면 멍하니 앉아있는다. 그럴 때면 내 옆으로 오는 아저씨가 한분 있다.
내가 일을 시작한 첫날, 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 사람이 없을 때, 다른 아저씨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핑계로 안 나왔냐면서, 당일 날 아침에 못 나온다고 연락 온 게 몇 번째냐면서 말이다. 그는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다녀온다고 했다.
그다음 날, 마주한 그 사람은 심술궂게 생겼었다. 머리의 반이 벗겨져서 모자를 벗을 때면 반들반들 광이 나는 분이다. 불도그처럼 볼이 살짝 쳐지고 까슬까슬한 수염이 살짝 나있는 그는 부반장이었다. 눈칫밥과 귓동냥으로 분위기를 파악한 결과, 그가 근속연수가 제일 많으며 나이도 가장 많은 듯싶었다. 그런데 그는 늘 나에게만 말을 붙였다.
- 쉬엄쉬엄 해라, 일 열심히 해봤자 남은 거 하나도 없다. 다치면 너만 손해다. 나도 젊을 적에 일 한다 손가락이 뭉개졌는데 회사는 산재 처리 안 해주려고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더라.
그가 말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한 번은 그가 머리가 아프다고 늦게 온다고 했던 날이었다. 그는 반장을 비롯한 다른 아저씨와 말싸움을 벌였다.
- 아니, 내가 아프고 싶어서 아팠나? 일할 몸상태는 만들어놓고 출근해야지! 아프면 내 손해인데 내가 왜 일부러 아파? 왜 이렇게 사람을 못 믿어!?
그는 두통을 호소하면서 병원에 들렸다가 한 시간 정도 늦게 왔다. 야간 근무자가 1명이기 때문에 아침에는 전체적으로 청소를 한다. 그래서 가장 바쁜 시간에 부반장인 그가 늦게 와서 다들 화가 난 상태였다. 그러나 정작 부반장이 성을 더 냈다.
잠시 뒤, 나는 쓰레기 통을 비우고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다가와서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 에라이! 내가 때려치워야지, 원. 이런 사람들이랑 대체 어떻게 일을 해? 사람을 이렇게 안 믿어주는데. 머리가 띵 하고 아파서 병원 잠깐 다녀온다는데. 내가 그렇게 못 미덥나, 진짜!
그는 나에게 한참을 투덜거렸다. '일을 때려치워야겠다!'부터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까지. 나는 묵묵히 들어주면서 맞장구를 쳐줬다. 그는 내가 하는 일을 꽤나 자주 도와줬다. 점심시간에 일하고 있으면 늘 밥 먹고 하라고 말했고, 저녁 시간에 일이 많으면 도와주면서 자기가 할 테니 밥을 먹고 오라 했다. 그래서 나는 그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기를 바랐다.
반장이 나오자, 그는 자연스럽게 일어서면서 일하러 갔다. 나도 빨간 반코팅 목장갑을 주섬주섬 꺼내면서 일어났다. 내가 쓰레기 통을 비우러 가던 길, 반장이 슬쩍 그가 뭔 말을 했는지 물었다. 나는 그대로 전달했다. 반장은 '믿음은 지가 만드는 거야.'라며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나보고 저런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라며 어깨를 툭툭 치고 지나갔다.
그는 따돌림당하고 있었다. 그가 과연 얼마나 못 믿을 짓을 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고작 2주짜리 단기 알바가 뭘 알겠는가. 대신, 나는 그의 말을 묵묵히 들어줬을 뿐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들어주기만 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