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점심에 가장 많이 보이는 이들은 소풍 오는 학생들이었다. 때로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때로는 반바지에 반팔 티인 초등학생이 보였다. 아주 가끔씩 대학교 셔틀버스도 오곤 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듯 했다. 학생들은 학생다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반면 나는 손에 빨갛게 반코팅된 목장갑을 끼고, 위에는 하늘색 세로 줄무늬 반팔 셔츠에 형광색 조끼, 머리에는 환경관리 모자까지. 누가 봐도 영락없는 청소부 차림으로 그 사이를 지나친다.
어느 한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분다. 삑 삑 거리는 소리가 귀에 상당히 거슬렸다. 그 선생님은 초등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학생에게 버스 문은 30분에 열리니까 그늘에서 앉아있다가 가라고 했다. 차도에는 사람이 많다면서 조심하라고 소리쳤다. 그 선생님은 긴 생머리를 머리 끈으로 질끈 묶었고, 목에는 빨간 호루라기를 걸고 있었다.
물병으로 가득 찬 쓰레기봉투를 비우고 핸드 카 위에 올려놨다. 일반 쓰레기봉투와 플라스틱 봉투를 핸드 카 위에 잔뜩 실어놓으면 음식물이나 페트병에서 나온 물이 주르륵 흐른다. 때로는 신발에 뚝뚝 떨어지기도 한다. 그걸 학생들 사이를 비집고 가다 보면 왠지 모르게 모자를 푹 눌러쓰게 된다.
선생님들을 보았다. 꽤나 젊어 보였다. 아니, 어려 보였다. 내 기억 속에 있는 선생님은 늘 하얀 흰머리, 이마에는 주름이 있는 중년이었다. 그때는 내가 어렸으니까 체감 상 더 늙어 보이셨다. 지금 선생님들은 내 또래와 별 차이가 없었다. 아는 사람 중, 교사가 두 명 정도 있는데, 나와 나이차가 큰 편은 아니었다. 아는 사람의 모습이 떠오르자 내가 입고 있는 옷에서 자괴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모자를 살짝 벗고 이마에서 뚝뚝 흐르는 땀을 훔쳤다. 왠지 화가 났다.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마음이 심하게 요동쳤다. 내가 생각했던 삶과는 조금은 동 떨어진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코팅된 목장갑의 고무냄새와 셔츠에 배인 땀 냄새, 쓰레기 냄새가 유난히 거슬려졌다. 나는 핸드 카에 잔뜩 실린 쓰레기봉투를 힘껏 밀면서 빠르게 지나갔다.
뒤에서 소리치는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어딜 도망가냐고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이러려고 회사를 때려치운 게 아닌데, 서글퍼졌다. 나는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가. 쓰레기봉투를 분리수거장에 던져놓고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생각했다. 다행히 다른 아저씨들은 일하느라 바쁜 듯했다.
책 읽는 게 좋았고, 글을 쓰는 게 재밌었다. 내 의견을 표현하고 전달하고 싶었다. 북카페를 차리고 싶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싶었다. 어느 회사의 부품으로 살면서 늙고 고장 나면 교체되기 싫었다. 하나의 존재가 되고 싶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나는 청소부는 못될 것 같다. 머리로는 직업에 귀천 없다고 되새겼지만, 사실 마음속에서는 상처받고 있었나 보다. 단기 알바로 지원했다는 것에 감사했다. 나는 생각보다 속물이었고, 생각보다 멍청했으며, 생각보다 열등했다. 아직 사람이 덜 된 듯싶었다.
생각을 마치고 분리수거장 밖으로 나갔다. 어느새 학생들이 탔고 왔던 관광버스는 떠나고 없었다. 학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만 남아있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면서 이마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다시 핸드 카를 밀면서 앞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