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봉투를 버리고 그늘 밑에서 멍하니 쉬고 있을 때, 연락이 하나 왔다. 혹시 아르바이트할 생각 없냐고 말이다. 지금 하고 있는 휴게소 환경미화원 일이 2주짜리 단기 알바다. 그 뒤로 시간이 꽤 남는다. 나는 7월부터 8월까지 2 달 정도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바를 찾던 사람은 사무보조 업무라 힘든 건 없다고 했다. 엑셀만 할 줄 알면 된다고. 휴게소 청소부로 하루 12시간 일하는 것보다 힘든 일이 있을까.
몇 번의 연락 끝에 이 일을 하기로 했다. 수원 쪽에 있는 연구원에서 사무 보조를 구하고 있었고, 나는 가장 가방끈 짧은 사람을 연구원에서 일하게 되었다. 휴게소는 버스를 타고 약 20분, 그리고 걸어서 5분 정도 걸렸는데 연구원은 버스 타고 한 시간 하고도 30분이나 더 걸렸다. 그래도 더울 때 시원한 곳에서 일한다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아는 사람이 소개하여준 담당자와 연락을 주고받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기로 했다. 7월 초부터 8월 중순까지 일하기로 했다. 휴게소 알바가 끝나고 잠시 쉬면서 일주일 동안 책만 읽었다. 책을 읽고, 또 읽다 보니 약간 지루해질즘, 출근하는 날이 다가왔다.
첫 출근하는 월요일은 약간 긴장됐다. 덕분에 잠도 잘 못 잤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얻은 노예근성이 나를 오전 6시 혹은 7시에 깨워줄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싶어서 알람을 맞췄다. 역시나, 알람은 머리 감고 나왔을 때 울렸다. 7시 20분, 집 밖으로 나오자 날이 조금 흐렸다.
버스를 타고 가면 대략 1시간 10분 정도 걸린다고 스마트 폰이 알려줬다. 연구소는 꽤나 멀리 있었다. 버스를 타고 수많은 정거장을 거쳐서 저 멀리 북수원까지 올라갔다. 내가 타는 곳과 내리는 곳이 종점과 가까웠기 때문에 편히 앉아갈 수 있었다. 익숙해지면 자면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버스에는 그리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지 않았다. 학생들도 종종 보였지만, 용인에서 수원 쪽으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많지는 않아나보다.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유리창에 빗방울이 툭 툭 떨어졌다. 살짝 불안해졌다. 비가 오면 버스는 꽤 느려지니까 첫날부터 지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의 좌석과 찰싹 달라붙은 등짝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뚫고 버스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수원 시내를 지났고, 화성을 지났고, 야구 경기장을 지났다. 위로 쭉쭉 올라가서 도착한 곳은 상당히 이름이 긴 정류장이었다. 연구원을 비롯한 각종 공기업들이 있는 공간이었다. 꽤나 큰 건물이 도로 인근에 덩그러니 있었다. 주변에는 상가도 별로 없었다. 나는 천천히 연구원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