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은 상당히 넓었다. 내가 일하는 연구원 외에도 교육진흥원이나 인재개발원 사람들과 건물을 함께 쓰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건물도 여러 개였다.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는 정문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잔디로 우거진 운동장이 보였다. 관리를 꽤 열심히 하는지 공차기 좋게 손질되어 있었다. 왼쪽에는 여러 건물이 보였다. 8시 55분, 나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9시 출근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5분 뒤면 지각이었다. 스마트 폰으로 지도를 확인하면서 길을 찾았다. 운이 좋게도 내가 찍은 가운데 건물이 맞았다. 내가 일하는 부서는 기획부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등줄기가 축축한 게 느껴졌다. 뒤로 메는 가방과 습하고 더운 날씨의 공동 작품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같이 타는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아는 눈치였고, 곧 대화를 주고받았다. 나는 그 사이에 껴서 빨리 내가 누른 7층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박사님'과 '~씨'라는 호칭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에 나는 다른 생각에 빠졌다. 최종학력이 고등학교 졸업인 내가 학사와 석박사가 일하는 연구원에 일하게 된 사실이 놀라워서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가 보니 꽤 큰 방에 파티션으로 공간이 나눠져 있었다. 한 줄에 2명씩, 총 4줄이었다. 공간도 꽤나 넓었다. 전에 다닌 회사보다는 꽤 넓었다. 살짝 인사를 하면서 들어가니, 한 남성 연구원이 내 자리를 알려주었다. 나는 멍하니 자리에 앉아서 나랑 연락한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나에게 회사 노트북을 주면서 근무 계약서와 근무확인부를 주었고 나는 천천히 작성했다. 이 공간에는 전부 연구원밖에 없었다. 연구소의 직위는 연구원, 연구위원, 선임연구원, 부장 순이었다. 신기하게도 이 부서에는 연구원밖에 없었다. 같은 공간에 상사가 없는 곳이 있다니. 꽤 좋아 보였다.
내가 하는 일은 솔직히 별거 없었다. 논문 메일을 받아서 정리하고, 심사위원 명단을 정리하는 정도였다. 시간도 꽤나 넉넉했고, 부서 분위기도 나 빠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건,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학위였다. 그들의 대화와 말을 이해하기 꽤나 어려웠다.
논문과 학회, 세미나. 나와 관련이 없던 많은 것들이 앞에 나타났다. 내가 모르던 세상에 발을 디딘 기분이었다. 어느 순간, 내가 모르는 공간 속에 지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