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학력 컴플렉스

by 글도둑

연구원에서 일하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학력 컴플랙스와 정면으로 부딪친다는 의미였다. 내가 가장 대답하기 애매할 때는 '학생이세요?'라고 누군가 나에게 질문할 때였다. 연구원에 가서 처음으로 같이 점심을 먹었을 때가 바로 그랬다.


한 달 정도 근무하는 인턴이지만, 그래도 신입이라고 회식을 하자며 차를 타고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으로 갔다. 그때 생일이셨던 박사님이 한분 계셔서 겸사겸사 간 곳이었다. 결제는 당연히 부서 법인카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쫄래쫄래 따라가서 셀바에서 음식을 잔뜩 퍼서 자리에 앉자, 질문이 들어왔다.


"그럼 지금 학부생이세요? 몇 학번이세요?"


학번이라. 나와 전혀 상관없는 숫자였다. 사번이나 군번이라면 또 모를까. 나는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학교보다는 고졸 취업을 선택했고, 조선업에서 근무하다가 경영 악화로 퇴사했으며 지금은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이다.


워킹 홀리데이는 캐나다를 지원했으며 레터는 아직도 안 나왔고, 올해는 조금 쉴 생각이라고 말했다. 함께 식사를 하던 사람들은 최소 학사, 그리고 학회에서 인정받는 박사들이었다. 내가 이렇게 단순한 질문 하나를 받을 때면, 나에 대해서 설명하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이렇게 한 질문에 기나긴 대답을 하는 것도 이상했고, 그 뒤에 따라오는 다양한 질문들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학교를 가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 사회에서 독특한 취급을 받는 현실이 싫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대학을 가고 싶으면서도 반골 기질이 튀어나와 대학을 안 가고도 성공해보겠다는 오기가 생기기도 했다.


때로는 그냥 '고졸이에요.'라고 대답하고 넘기고 싶었지만, 그럼 편견이 생길 것 같아서 싫었다. 나를 얕잡아 볼 것만 같았다. 내가 무시당할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도 그 당시의 나는 최선의 선택을 했지만, 그 덕분에 꽤 큰 열등감을 얻었다. 내게 없는 학벌과 대학교 졸업장은 내가 망가트린 형 장난감처럼 숨기고 싶었다.


그 뒤에는 애인 여부, 나이, 사는 곳 등등 간단한 청문회를 거쳤고 별 탈 없이 식사를 끝냈다. 같이 일하시는 분들은 오히려 학력에 대한 부분을 신경 안 쓰시는 듯했다. 오히려 어린 나이를 부러워했지, 학력에 대해서는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돌아가는 차 안, 배가 불러서 몸이 무거웠다. 소화가 잘 안돼서 그런지, 트림이 나올 것 같았다. 힘겹고 묵직했다. 음식을 소화시키느라 피가 전부 위장으로 쏠렸는지 머리가 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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