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2주라는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나면 일급이 9만 원이다. '좋은 경험이 되겠지' 라면서 시작했던 일은 결국 돈 때문에 끝까지 할 수밖에 없었다. 쉬는 시간은 따로 없지만, 마음대로 쉴 수는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종일 숨어서 시간만 때울 수 있었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오래 서서 일하면 다리가 아프다. 처음에는 저릿저릿하다가 나중에는 아리다. 살이 쪄서 그런지 무릎 뒤쪽이 쿡쿡 쑤실 때도 있었다. 어느 정도 요령이 붙으면 저릴 때, 앉아서 쉬다가 손으로 다리를 주물렀다. 그럼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았다. 쉬고 있으면 내가 얼마나 많이 쓰레기 통을 비웠는지 생각하게 된다. 한번 세어보려다가 50봉을 넘기자 포기했다.
2주 동안 3일을 쉬었다. 월요일과 금요일, 그리고 화요일에 쉬었는데 사실은 주말에 쉬고 싶었다. 사람이 더럽게 많아서 정말 짜증 났던 주말이지만, 그럼 다른 아저씨들이 힘들어졌다. 그래서 주말에도 일했다. 그게 속이 편했다. 몸은 약간 피곤해도 마음이 편한 게 더 중요했다.
마지막 날에는 더 천천히 일했다. 아저씨들은 나에게 칭찬만 해줬다. 쉬엄쉬엄 일하라고 하면서 눈치 보며 일어서면 앉아서 더 쉬라고 했다. 그들은 나에게 덕담만 해주셨다. 고생 많았다면서, 그동안 열심히 일해줘서 고맙다면서 말이다. 너처럼 성실한 사람은 어딜 가든, 뭘 하든 잘 할 거라고 했다. 그들의 덕담을 들으면서 연신 인사를 하지, 약간 얼굴이 달아올랐다. 처음으로 일하던 날이 생각났다.
처음으로 와서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며 인사를 할 때, 반장이 나에게 농담을 던졌다.
"내일 나올 거지?"
그때 깨달았다. 첫날부터 그들이 나에게 호두과자를 사주고, 쉬엄쉬엄 하라고 강조한 것도, 더럽고 힘든 일을 시키지 않은 것도. 여기서 꽤 많은 알바들이 도망쳤구나, 싶었다. 처음 쉬던 날에는 그랬다. 다른 애들은 하루 쉬고 나면 안 나왔다고. 근데 넌 다를 것 같다고 말이다.
나는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 열심히 일 했으면 다리가 아작 날 것 같아서 그랬다. 쉬어 쉬 엄해도 힘들었는데 열심히 하면 몸살 날 것 같았다. 햇볕은 따가웠고, 그 밑에 걸어 다니는 시간은 길었다. 봉투가 생각보다 무거워서 팔도도 아팠다. 그 무엇보다 버티기 힘들었던 건, 내 자존심이었다.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마음이 힘들었다. 내 몸에서 풍기는 냄새와 손에 쥐어진 쓰레기봉투, 콜록거리게 만드는 담뱃재와 끈적거리는 땀. 그리고 놀러 다니는 젊은 이들과 술에 취해 쓰레기를 이리저리 던지고 가는 등산객과 내 또래로 보이는 대학생들. 그 모든 것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오면서 자존심도 두고 나온 줄 알았다. 학력도 고졸인데, 변변찮은 자격증도 없고, 뛰어난 머리도, 튼실한 근육도 없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가진 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싶다'는 욕심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마음 한편에는 자존심이 꿋꿋이 고개를 쳐들고 있었나 보다.
학생들이 지나가면 괜히 모자를 푹 눌러썼다. 출근하면서 면도도 하지 않았다. 젊은 커플들이 지나갈 때면 발걸음은 자연스레 빨라졌다. 내가 뭐 하고 있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선생님을 보거나, 대학생을 보거나, 전에 다녔던 회사 근무복을 보던 날이면 더 심했다. 우울했다.
내가 단기 알바로 지원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마지막 날, 아저씨들에게 인사를 하고 악수를 하며 덕담을 들을 때, 그렇게 생각했던 내가 쪽팔렸다. 그들에게 미안했고,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는 큰 소리가 그동안 감사했다고 인사를 하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런데도 발걸음은 가벼웠다.
머리는 뒤엉켜있는데, 속은 시원했다. 끈적하게 달라붙는 땀 때문에 샤워와 시원한 맥주 한 캔이 간절해졌다. 누군가의 쓰레기를 대신 치워준 다는 것은 이토록 어려운 것이구나, 몸보다는 심적으로 견디기 어렵구나, 싶었다. 짧은 알바였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이제 다음번엔 무슨 일을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