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키즈카페 - 하드코어

by 글도둑

비가 몹시 쏟아지던 일요일, 일하기 위해서 집을 나왔다. 바지 밑단과 신발, 그리고 양말이 다 젖고 나서야 도착한 곳은 상당히 시끄러운 키즈카페였다. 도착하자 말자, 나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덩치 크고 험하게 생긴 사람이었다. 모두가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 그 사람만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노란 티셔츠의 등판에는 커다란 호랑이가 있었다. 호랑이는 살덩이에 의해서 상당히 팽팽하게 당겨져서 힘겨워보였다.


바지는 농구용 트렁크를 입고 있었고, 입에서는 담배 냄새가 났다. 분위기로 보건대, 이 사람이 사장이었다. 면접은 왜 사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봤는지 모르겠다. 그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만약 이 사람이 면접을 진행했더라면 어젯밤, 전화로 출근하라고 했어도 안 했을 듯싶다.


목소리가 탁해서 그런지, 아니면 말투가 험해서 그런지 사장이 이야기하는 걸 잘 못 알아들을 때가 많았다. 우선 사무실에 가방을 두고 오라고 해서 가는데, 어딘지도 안 알려줘서 다시 물어봐야 했다. 그곳에 들어가니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들어와서 유니폼과 관련 숙지사항을 알려주려고 했다. 그때,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사장님이 부른다고 말을 전해줬다.


사장은 가방만 두고 오라고 했는데, 뭐하냐면서 핀잔을 주고서 아이스 바닐라 라테를 한잔 타보라고 시켰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내가 기존에 사용하던 것과 다르게 생겼다. 원두를 내리는 기계도 마찬가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마에도 땀이 송글 송글 맺혔다. 비 덕분에 많아진 습기와 비를 뚫고 빨리 걸어오면서 생긴 열기로 땀이 샘솟는 듯했다.


비가 몹시 쏟아지는 날 첫 출근해서 오자말자 옷 갈아입고 아이스 바닐라 라테를 만들고 나니, 사장은 "이거보다 세배는 빨리 만들어라."라면서 나무랐다. 나는 새로운 주변 환경에 적응할 시간과 땀을 식힐 시간이 필요했다. 거기에 험악한 인상을 가진 사장에게 살짝 졸기까지 했으니 빠르게 하긴 커녕, 실수만 연발했다. 첫날부터 짜증만 났다.


곧이어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오기 시작했는데 쏟아지는 비 덕분인지 다들 조금 늦었다. 사장은 욕과 함께 지금 몇 시냐고 알바를 쥐 잡듯 잡기 시작했고 암울한 표정으로 아르바이트생들은 일을 시작했다.


내가 경험했던 바리스타 업무와 키즈카페에서 하게 된 업무는 꽤나 달랐는데, 어린이용 음료수와 구슬 아이스크림 판매부터 주방에서 나오는 각종 음식들도 함께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주방에는 요리사 한 명이 피자, 파스타, 감자튀김, 치킨, 떡볶이, 우동, 돈가스, 덮밥까지. 웬만한 분식집 저리 가라였다.


점심시간부터 저녁시간까지는 상당히 많은 손님들이 음식과 음료를 주문하는데,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냥 팔고 요리돼서 나오면 진동벨을 눌러 부르기만 하면 됐으니까. 문제는 옆에서 참견하면서 이상한 개그만 치는 사장이었다. 오랜 시간을 서서 일하느라 다리 아픈 와중에 옆에서 계속 빨리하라고 재촉을 하니, 짜증이 솟구쳤다.


그렇다고 일에 대해서 알려주는 건 제대로 없었으며 오히려 면접 때 봤던 요리사가 와서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가장 짜증 났던 건, 그 사장이 "열심히는 필요 없고, 잘해야 해. 자신 있어?"라고 물었을 때였다. 바로 잘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에 그냥 때려치울까 고민했다.


그래도 첫날, 사람을 딱 한번 겪어서는 모른다는 생각에 참았다. 그래도 일 끝나고 퇴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음료수 하나씩 쥐어주고, 일하는 중간중간에 간식 삼아서 피자나, 치킨을 튀겨주는 모습은 나름 괜찮았다. 이렇게 욕을 남발하면서도 먹을 건 잘 챙겨주는 모습을 보니, 사장이 조폭 출신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30분이 넘도록 키즈카페의 테이블과 바닥을 청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과연 내가 여기서 스트레스 안 받고 잘할 수 있을지 고민됐다. 헬 게이트가 열릴 것만 같았다. 일단은 그래도 한번 해보자고 다짐하면서 키즈 카페를 나왔다. 근무시간은 12시 ~ 8시 30분으로 적혀있었지만, 키즈 카페를 나온 시간은 9시 1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오래 서서 일한 덕분에 다리가 욱씬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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