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연구원 - 카페

by 글도둑

연구원 1층에는 카페가 하나 있었다. 아주 작은 카페인데다 커피 값도 저렴한 편이다. 내가 일하던 부서는 7층이였고 식당은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했다. 보통 점심을 먹고 들어오면서 1층에서 커피나 음료를 사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


카페에는 정말 다양한 메뉴를 팔고 있었다. 앞에는 편의점처럼 각종 과자와 아이스크림, 음료수까지 진열되어 있었고, 안쪽에는 커피를 비롯해서 생과일 주스, 주먹밥, 김밥, 즉석라면, 컵밥까지 팔고 있었다. 간단한 식사를 파는 것 치고는 앉아서 먹을 공간이 별로 없었는데 혼자 또는 한 두명만 와서 간단히 때우고 올라가는 듯 싶었다.


연구원분들인 대장이 따로 있었는데, 법인카드로 미리 몇만원씩 긁어놓고 사먹는 듯 했다. 그래서 커피를 주문하고 이름을 불러주면 결제가 됬다. 나도 쫄래쫄래 따라가서 커피를 마셨는데 늘 아메리카노만 마셨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데도 눈치가 보였다. 회사에서의 2년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하루는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비가 너무 온 나머지 우리 부서는 밖으로 나가서 점심을 먹기가 꺼려졌고,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즉석 라면을 먹기로 했다. 1층으로 내려가서 카페로 가는 길, 문 밖에는 쏟아지는 비와 나란히 주차된 오토바이가 눈에 들어왔다.


탕비실에 있는 수많은 음식집 메뉴가 이렇게 쓰이는구나 싶었다. 비가 오면 배달 음식집은 호황이었다. 적어도 이 근처 음식집 만큼은 말이다. 우비를 입은채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배달부를 지나쳐서 카페로 갔다.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주먹밥과 즉석 라면을 시키고는 자리에 앉았다.


즉석 라면은 한강에서 파는 것과 똑같은 기계였다. 사각형의 알루미늄 상자에 면과 스프를 넣고 기계에 올려두면 알아서 조리가 됬다. 3분이면 라면 하나가 완성 됬다. 면발은 꼬들꼬들하니 먹음직스러웠다. 집에서 해먹는 것보다 물이 약간 적게 들어갔는지, 살짝 짜고 매워서 더 맛있게 느껴졌다.


주먹밥은 딱 주먹 크기였는데 속에는 참치와 김치가 섞여있었다. 주먹밥은 그냥 그랬다. 다른 연구원들은 서로 이야기하느라 바빴다. 다른 부서 박사님에 대한 이야기,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옆 부서 사람 이야기.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끼어들지 못했다. 가만히 라면을 후르륵 먹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식사 속도와 맞춰갈 뿐이었다.


라면이 매워서 그런지 콧물이 나서 훌쩍거렸다. 비가 와서 그런지 멍 해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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