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아이들은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책을 집어 들어선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각 방 책장에는 아이들 책들이 빼곡하게 꽂아져 있고 거실도 마찬가지로 양쪽에 책이 꽉꽉 들어차있다. 방에서도 거실에서도 책을 꺼내 읽기 좋아서인지 아이들은 항상 책을 끼고 산다.
집에 그렇게 많은 책이 있는데도 아이들은 다른 책들을 원한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 덕분에 책들을 팔 수도 없고 이미 책장은 포화상태여서 더 이상 새 책은 살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다닌다.
도서관에 가면 빌렸던 책들을 반납하고 곧장 학습만화 코너로 간다. 빌려다 주는 여러 권의 책들 중 만화책이 한두 권 껴있으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만화를 본다는 게 탐탁지 않지만 한두 권쯤이야. 그렇게 아이들 책을 열 권 정도 빌려선 집에 가져다 논다.
아이들은 새책을 빌려오는 날이면 더욱 책에 빠져든다. 잠자기 전에도 조금만 더 책 볼 시간을 달라고 난리다. 5분만 더 5분만 더를 외치며 책을 읽는다. 참 기특한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에 비해 나는 책을 잘 읽는가. 부끄럽게도 한 달에 한 권 읽으면 잘 읽은 달이라 볼 수 있다. 항상 책을 들고 있는 아이들에 비하면 택도 없는 나의 독서량. 책 대신 휴대폰을 들고 있는 시간이 많은 게 사실이다. 나는 문득 휴대폰을 들고 있던 나의 손이 부끄러워졌다.
감사하게도 우리 집 아파트 앞뒤로는 도서관이 하나씩 있다. 도서관 양쪽을 번갈아가며 책을 빌려오곤 하는데 오늘은 앞쪽에 있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 4층에서 어린이 책들을 빌리고 5층으로 올라갔다.
오랜만에 올라가 본 종합자료실은 많은 사람들이 조용한 소리를 내며 앉아있었다. 조용한 발걸음 소리, 책을 정리하는 소리, 노트북이 조용히 타닥거리는 소리. 사람들은 공부를 하거나 책에 빠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신문을 읽는 사람과 창가에 앉아 책을 읽다 바깥풍경에 잠시 빠진 사람까지. 도서관을 애정하는 사람들이 참 예뻐 보였다.
나도 책을 한 권 꺼내 읽다가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두권 골라 대출했다. 무거워진 가방엔 책과 함께 기분 좋은 기대감까지 넣어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아이들이 책 읽을 때 함께 책을 읽는다. 이제부턴 '오늘은 함께 책 읽기'가 아닌 '오늘도 함께 책 읽기'가 될 수 있도록 기특한 아이들을 닮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