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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달랏 흉가체험

달랏 토박이들이 데려가 준 곳

by 반쯤 사이공니즈

달랏이 산속에 있어서 그런지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유독 많다.

달랏으로 올라가는 길은 구불구불한 커브길이 반복되는 산을 깎아 만든 길인데, 이길 중간에 위치한 흉가가 있는데, 그곳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또 시내에 있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있던 호텔에서도 귀신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달랏으로 올라가는 산길에 위치한 흉가

한 번은 대학친구, 친구의 남자친구와 그의 친구들과 다 같이 달랏으로 놀러 갔다.

모두 베트남 사람들이다. 친구의 남자친구가 삼촌 차를 빌려왔기에 차를 타고 갈 수 있었다.


우리는 시내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터리 룸을 빌려서 다 같이 묵었는데,

거기 리셉션에는 우리 또래의 직원들이 있었다. 우리는 달랏의 유명한 흉가이야기를 물어보며,

그 소문에 대해서 물어봤다. 그들은 달랏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들로, 그건 거짓 소문으로, 더 무서운 곳이 있다며 데려가 주겠다며 밤 10시에 약속을 잡았다.


우리는 차를 타고, 오토바이를 탄 2-3명의 직원들의 뒤를 따라갔고 내 친구는 겁을 잔뜩 먹고는 이러다가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꽁안(경찰)의 신고 번호를 핸드폰에 미리 눌러둔 채로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아마도 친구와 나를 제외하면 다 남자아이들로 모두 5-6명이였고, 차로 이동하기에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위험했던 짓이다.


중심가를 아주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산길의 어둠은 정말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수준으로 어두웠다.

패기 가득했던 나 또한 조금씩 겁이 나기 시작했다. 왜인지 무언가 숨기는 듯한 저 직원들의 표정이나 언행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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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이라면 길이 보여서 안심했겠지만, 정말 밤중의 산길은 어딘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이윽고 어느 곳에 도착했다. 도랑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 같은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 다리 위에서 멈춰 선 그들은 우리에게 차의 라이트를 끄고 내리라고 했다.


안 그래도 어둠이 익숙해지지 않아서 무서운데, 차 라이트를 끄라니? 핸드폰 플래시라도 키려고 하니

그들이 괜찮으니 핸드폰도 주머니에 넣고 그냥 내리라고 했다. 나는 호기심에 끌려서 차에서 내리지 말라는 친구를 뿌리치고 차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 그들은 우리가 모두 내릴 때까지 기다려줬고, 다 내린 이후에 그들은 위를 보라고 말했다.


왜 시선을 돌리려는 거지? 의심이 들면서 겁이 났다. 결국 호기심을 못 이기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니 몇 초 후, 작고 큰 반짝이는 별들이 빽빽하게 수놓아진 하늘이 보였다.

입 밖으로 와...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살면서 그렇게 많은 별을 본 적은 처음이었다.


왜 모든 불을 끄라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순간 장르가 스릴러에서 청춘물로 바뀌었다.

겪어 본 적 없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 올려다본 별이 가득한 까만 하늘은 내 머릿속에 깊게 각인되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그 당시 핸드폰으로는 저 하늘을 담아낼 수 없다는 걸 알았으니 눈으로 별을 신나게 담았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꿈같던 순간이다. 달랏에 놀러 와 귀신 들린 흉가 타령하는 타지인들을 달랏 토박이들이 데려가준 곳은 흉가가 아닌 별 구경 할 수 있는 비밀장소였다니. 나는 얼마나 많은 별을 놓치며 살아왔던 걸까. 그때 기억이 아직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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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랏에 대한 더 자세한 글:

https://brunch.co.kr/@halfsaigonese/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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