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룩부터 분위기까지 많이 다른 베트남 결혼식
2026년 새해 1월부터 가장 친한 베트남친구의 결혼식에 참가한다고 나트랑 (Nha Trang)에 다녀오느라 엄청나게 바빴다. 그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올리던 글이 많이 늦어졌다. 행복하고 아기자기했던 친구의 결혼식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베트남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전에 당연하게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며, 지극히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경우를 바탕으로 이야기함을 밝혀둔다.
한국의 '함지기'처럼 베트남은 아직도 전통예식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본식 이전에 거치는 전통예식이 크게 2가지가 있는데 간단히 설명해 보겠다.
첫 번째로는 한국의 '함지기'와 흡사한 Đám hỏi (담호이)로, 결혼식 몇 주 혹은 몇 달 전 신부집으로 신랑이 예물을 가지고 가서 전달하는 예식이며, 신랑 신부의 친구들이 아오자이를 입고 같이 참여한다.
두 번째로는 결혼식 당일 오전에 열리는 신부의 집에서 양가 가족이 모여 조상님께 인사하고, 가족이 신부에게 금 장신구를 걸어주며 결혼을 축복하는 Lễ Vu Quy (레부뀌)가 있다.
베트남에 17년 이상 살면서 7-8번의 결혼식을 참석했고 어쩌다 보니, 친구의 첫째 언니 Đám hỏi (담호이)에서 함도 들어보고 친오빠의 결혼식에선 가족으로서 참여해 본 나는 베트남 결혼식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순수하고 행복으로 들뜬 분위기를 참 좋아한다.
이제 결혼식 본식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도시에서는 흔히 웨딩홀이나 호텔에서 열리지만, 고향에서는 주로 신랑 신부 각자의 집에서 각 가족의 손님들을 초대해서 2번의 결혼식을 올리기도 한다. 나는 웨딩홀 결혼식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하겠다.
아무래도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하객들의 옷이다. 한국의 하객룩은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 옷 색깔부터, 단정함의 정도까지 조심스럽게 선택하는데 비해, 베트남은 모두가 주인공인 것처럼 화려하고 이쁘게 단장한다. 격식과 예의를 차리는 분위기랑 다르게 모두가 때 빼고 광 내서 참석하는 잔치 분위기에 가깝다.
여성하객들의 화려한 드레스와 한껏 힘을 주어 꾸민 메이크업과 헤어를 보면 결혼식이 아니라 레드카펫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흰색 옷도 한국처럼 금기시되지 않는다. 물론 베트남에서도 어느 정도 선이 존재하는데, 당연히 과한 노출은 환영받지 못한다. 요즘은 드레스코드를 따로 청첩장에 적어서 안내를 하는 경우도 많아졌는데, 핑크였던 드레스코드에 맞춰 핑크 와이셔츠를 입고 오는 남자 하객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베트남에선 단체사진을 찍지 않고, 식장 입구 앞에서 신랑 신부가 포토존에 서서 하객을 맞이하고 하객과 함께 사진촬영을 한다. 하객 패션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는 한국처럼 마지막에 단체 사진을 찍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닐지 짐작해 본다.
진행부터 차이가 있는데, 결혼식이 시작되면 신랑 신부가 각자 차례로 입장한 뒤 양가 부모님 또한 뒤 이어 입장을 하신다. 그러고 무대 위에서 인사를 하고, 샴페인을 담은 잔을 나누고 케이크 컷팅을 한다. 예식이 모두 진행된 뒤에는 하객들은 앉은자리에서 식사를 한다.
중식당에 가면 볼 수 있는 돌아가는 원판이 가운데 있는 커다란 원형 테이블에 10명 정도가 둘러앉는다. 식당으로 이동할 필요 없이 앉은자리에서 음식이 코스대로 차례로 서빙되고 서버들이 음식을 나눠 담아 준다. 그렇게 밥을 먹으면 되는데, 주로 게살죽, 샐러드, 생선구이, 핫팟, 째(베트남 디저트) 같은 것들이 주로 나온다.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으면, 신랑신부가 잔을 들고 각 테이블을 돌며 인사하고 건배를 한다. 주로 저녁에 시작되는 베트남 결혼식은 모두가 같이 술을 마시고, 들뜬 잔치 분위기가 되는 것 같다. 테이블 여기저기에서 큰 소리로 외치는 "못, 하이, 바 요! (하나, 둘, 셋 마셔!)"가 줄기차게 들린다.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무대 위 라이브 음악공연의 주인공이 손님으로 바뀐다. 가수가 내려가고 원하는 사람들이 마이크를 잡고 라이브로 연주되는 신청곡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베트남에 살다 보면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동네가 떠나가라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오픈형 노래방이 바로 이런 모습이다. 노래를 잘 못하는 나로서는 저렇게 개방된 자리에서 노래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아주 솔직히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거의 없다. 특히 아저씨들의 목청 큰 생목 라이브는 밥을 먹으며 듣기 힘들 때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그런 가라오케(노래방) 같은 시간을 없애고, 가수나 밴드가 계속해서 공연을 하고 분위기를 띄우게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식장에서 바로 식사를 하다 보니, 하객들의 참석여부가 많이 중요하다. 그래서 청첩장을 받기 전 혹은 이후에도 참석여부를 확실히 알려주면 신랑신부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래야 손님들에 맞춰 좌석을 세팅하고 테이블을 준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신기했던 부분을 뽑자면 축의금 봉투다. 한국처럼 식장 앞에는 방명록과 축의금을 넣는 통이 있는데, 베트남 사람들은 축의금을 청첩장 봉투에 넣어서 그대로 넣는 경우가 많다. 청첩장 봉투는 크기도 디자인도 가지각색인데, 좁은 축의함 입구로 구기고 접어서 넣는 모습은 재미있고 신기했다. 최근 들어서는 자유도가 올라간 것 같다. 그리고 당연히 봉투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예비 봉투도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베트남 결혼식에 초대받았다면, 그저 가장 이쁘게 단장하고 가서 들뜬 분위기 속에 쉴 새 없이 잔을 부딪히며 축제를 즐기면 그만이다!